속보

단독

"AZ 접종으로 드물게 혈전 생길 수 있어...두통, 빨간점 있으면 큰 병원으로"

입력
2021.03.22 19:30
2면
구독

아나필락시스·경련, 백신 인과성 국내 첫 확인
유럽선 화이자도 일반 혈전질환 보고 건수 비슷
"이상반응 위험보다 예방접종 이득 훨씬 커"

최은화(오른쪽, 서울대 의대 교수) 예방접종전문위원회 위원장이 22일 오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에서 열린 코로나19 예방접종 정례 브리핑에 참석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후 신고된 이상반응 사례들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은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가운데는 전문위의 나상훈 서울대 의대 교수. 청주=연합뉴스

최은화(오른쪽, 서울대 의대 교수) 예방접종전문위원회 위원장이 22일 오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에서 열린 코로나19 예방접종 정례 브리핑에 참석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후 신고된 이상반응 사례들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은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가운데는 전문위의 나상훈 서울대 의대 교수. 청주=연합뉴스


100만 명당 1~10명 빈도로 드물게 발생하는 혈전 질환이 아스트라제네카(AZ)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나타날 수 있다고 예방접종전문위원회(전문위)가 밝혔다. 최근 AZ 백신 접종 뒤 혈전 생성이 신고된 20대 사례가 여기에 해당하는 것으로 봤다. 동시에 전문위는 "아주 드문 질환인 데다 심해지기 전 치료를 받으면 나을 수 있기 때문에 혈전 때문에 백신 접종을 기피할 이유는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아나필락시스 의심 또는 중증 이상반응으로 신고된 사례 10건 중에서도 2건은 예방접종과 관련 있다고 판단했다. 정부가 백신 접종과 중증 이상반응 간 인과성을 공식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대 접종자 뇌정맥동혈전증 진단…인과성 조사 중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22일 이 같은 내용의 예방접종피해조사반, 전문위 회의 결과를 공개했다. 피해조사반과 전문위는 민간 전문가와 소비자 단체, 방역당국 관계자들로 구성돼 있다.

가장 관심을 모은 사례는 AZ 접종 후 혈전 생성이 신고된 20대 코로나19 1차 대응요원과, AZ 접종하고 사망 신고 후 부검에서 혈전이 확인된 60대 요양병원 입소자다. 이 가운데 60대는 혈전이 혈관을 막아서 생기는 심부정맥혈전증과 폐혈전색전증이 확인됐다. 유럽에선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 백신 접종 후 이런 일반적인 혈전 질환 발생 건수가 각각 비슷하게 보고됐다. 하지만 최은화(서울대 의대 소아과학교실 교수) 전문위 위원장은 “60대의 경우 백신이 혈전 발생을 유발했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밝혔다.

이와 달리 20대는 뇌정맥동혈전증(CVST) 진단을 받았다. 유럽에선 2,000만 명 이상 접종자 가운데 CVST가 18건, 파종성 혈관 내 응고장애(DIC)가 7건 보고됐다. CVST는 혈전으로 생기는 일반적 병과는 다른 특이 사례다. 자연발생률은 100만 명당 1~10명 정도로 아주 드물다. 최 위원장은 “해외에선 AZ 백신 접종 뒤 CVST가 예상보단 많다”면서도 “인과관계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55세 미만 여성, 접종 후 더 신경 써야

CVST는 아주 드물지만, 접종자가 늘수록 발생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어 대비가 필요하다. CVST는 혈전이 뇌혈관(정맥동)을 막아 뇌압이 상승하면서 극심한 두통이나 시야가 흐려지는 현상을 동반한다. 전문위는 백신 접종 뒤 진통제를 먹어도 사흘 이상 나아지지 않는다면 뇌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등의 검사를 받아보라 권했다.

또 백신 접종 후 작은 충격에도 팔다리에 쉽게 멍이 들거나 2~3㎜ 정도 되는 빨간 점들이 나타난다면 DIC를 의심해봐야 한다. 이때도 출혈 조절과 다발성장기부전 치료가 가능한 큰 병원을 찾는 게 좋다.

유럽의약품청(EMA)이 55세 미만 여성에게서 혈전 이상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보고된다고 한 만큼 젊은 여성은 백신 접종 후 증상에 더 신경 쓸 필요가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AZ 측에 세계 각국의 이상증상 정보를 요청했다”며 “정보가 축적되면 전문가 자문을 받아 필요할 경우 제품설명서에 안전성 정보를 추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1,500명 사망 줄이는 동안 이상반응 숨질 확률 1명"

현재까지 국내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사망 신고된 사례는 16건이다. 전문위는 이 가운데 13건에 대해선 백신과의 인과성을 부인했다. 나머지 3건은 부검 또는 심의 중이다. 또 아나필락시스 의심 또는 중증 이상반응으로 신고된 사례 10건 가운데 2건에 대해선 AZ 백신과의 인과성을 인정했다.

접종 후 7분 만에 아나필락시스 증상을 보인 20대 의료기관 종사자, 백신을 맞고 12시간 15분 뒤 경련과 고열 증상이 나타난 40대 요양병원 환자의 사례다. 지금은 모두 증상이 호전된 상태다. 정은경 예방접종대응추진단장은 "인과성이 확인되면 국가 피해보상 절차에 따라 진료비와 검사비, 간병비 등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위는 그럼에도 이상반응에 따른 위험보다 백신 접종으로 얻는 이익이 훨씬 크기 때문에 AZ백신 접종이 계속돼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전문위의 나상훈 서울대 의대 순환기내과 교수는 “확진자 수 10만 명, 백신 효과 80%, 사망률 2%라 가정할 경우 백신을 맞으면 1,500명 이상의 사망을 줄일 수 있지만, CVST 같은 이상반응으로 숨질 확률은 1명”이라며 “접종 이득이 훨씬 크니 안전을 위해 백신을 맞아달라”고 당부했다.

지금까지 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자는 총 67만6,607명이며, 이 중 61만9,100명이 AZ 백신을 맞았다.

임소형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