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댐, 물과 함께 기본권도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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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한정된 수자원을 다양한 목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많은 댐을 건설해 왔다. 홍수와 가뭄을 예방하고, 광역상수도로 먼 곳까지 물을 보내고, 발전 기능까지 갖출 수 있으니 다목적 댐의 가치는 높게 평가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순리대로 흐르는 물을 억지로 막아 놓은 탓에 역기능도 만만치 않다. 생태계 파괴, 기후변화, 재산권 제한, 생활여건 붕괴, 범람 위험 등 수많은 피해가 뒤따른다.
문제는 댐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댐이 건설된 지역주민의 몫으로 떠넘겨진다는 것이다.
댐 주변은 하류 지역의 상수원 보호를 이유로 각종 규제가 가해진다. 기업 유치는 물론 각종 소규모 개발까지 제약을 받는다. 댐 주변의 수상안전금지구역도 지역주민에겐 족쇄다. 관광·레저 산업을 위한 수자원 활용이 원천 봉쇄된다.
이런 제한들은 지역 여건을 낙후시켜 주민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문화권과 여가권을 박탈하는 셈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집중적인 폭우나 갑작스러운 댐 수문 개방은 강물의 범람을 초래하기도 한다. 1990년 남한강 상류지역 집중호우 당시 충주댐관리소는 수도권 홍수를 우려해 방류량을 제한한 적이 있다. 결국 댐물이 역류해 충주 단양 등 상류 지역 전체가 물에 잠기고 1,300명의 이재민이 생기는 등 최악의 수해가 발생했다.
댐의 내구성 저하로 인한 붕괴 우려도 지역주민에겐 또 다른 공포로 다가온다. 작년 7월 세계 최대 규모의 싼샤댐마저 지속된 폭우에 붕괴설까지 몰리지 않았던가.
댐 주변엔 수시로 짙은 안개가 발생한다. 안개는 교통 흐름을 방해하고 사고를 초래한다. 일조량 부족과 습도 증가는 농작물 생육을 저해하고 주민에게는 호흡기 질환 등 각종 건강 문제를 일으킨다.
국토 중앙에 자리한 충북 충주는 물이 풍부해 예로부터 요충지 중의 요충지였다. 삼국이 서로 차지하려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곳이다. 풍부한 수자원은 일찍부터 농업을 발전시켰다. 수운 발달로 내륙 교통의 중심지 역할도 톡톡히 했다.
한데 역설적으로, 그 천혜의 조건이 이젠 지역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 댐 건설 때문이다. 신선한 공기는 댐 안개로 사라진 지 오래다. 물은 공업·발전용수 등 상업적으로만 쓰일 뿐, 더 이상 지역의 자랑이던 맑은 물과는 거리가 멀다.
지역 여건을 낙후시키고 주민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데도 지역민의 공허한 마음을 채워줄 조치는 없었다. 억눌린 주민 불만은 붕괴 직전까지 물을 가두고 있는 댐의 위태로운 형상과 닮았다.
어느 한쪽의 권리 포기를 강요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제라도 댐 지역 주민들에게 ‘물 권리’를 돌려주어야 한다. 그것이 하류 지역의 상수원 보호를 위해 희생하고 있는 댐 지역에 보답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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