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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백신 '지재권' 포기해야 하나 마나... 고민 커지는 바이든

입력
2021.03.22 14:09
수정
2021.03.22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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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빈국에 백신 접근권을"... 면제 촉구
제약사 "권리 포기하면 감염병 대응 저해"

21일 멕시코 과달라하라의 보건소에서 의료진이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준비하고 있다. 과달라하라=로이터 연합뉴스

21일 멕시코 과달라하라의 보건소에서 의료진이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준비하고 있다. 과달라하라=로이터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은 ‘공공재’일까, 아니면 특정 국가와 제약사의 ‘사유 재산’일까.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빠른 종식을 위해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지식재산권(지재권)과 특허권 보호를 유예ㆍ면제하자는 목소리가 개발도상국은 물론, 미국 안에서도 나오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21일(현지시간) “미국의 코로나19 백신 생산 및 분배가 늘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빈국 국민들도 백신에 접근하게 해야 한다는 민주당의 압력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바이든 대통령이 백신 특허권 유예ㆍ면제를 바라는 개도국 요구에 힘을 실어야 한다고 본다. 이미 당 하원의원 100여 명은 “백신 개발사들이 이익에만 골몰한다”고 비판하며 행정부의 입장 변경을 요구하는 내용의 서한에 서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코백스(COVAXㆍ국제백신 협력 프로그램)에 40억 달러(약 4조5,000억 원)를 지원하고, 이웃 멕시코ㆍ캐나다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400만 회분을 보내기로 했지만 이 정도 조치론 부족하다는 게 민주당의 지적이다. 로사 델라우로 하원의원은 “미국과 세계무역기구(WTO)는 환자를 최우선으로 하는 공공정책을 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인도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지난해 10월 WTO에 “집단 면역이 생길 때까지 코로나19 백신의 지재권ㆍ특허를 유예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100여 개국과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단체 300곳이 지지를 표명했다. 교황청도 “시장법과 특허법이 인류 건강보다 우선해선 안 된다”고 거들었다.

21일 볼리비아 수도 라파즈 인근 엘알토에 코백스에서 공급한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이 도착해 하역되고 있다. 엘알토=EPA 연합뉴스

21일 볼리비아 수도 라파즈 인근 엘알토에 코백스에서 공급한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이 도착해 하역되고 있다. 엘알토=EPA 연합뉴스

문제는 백신 개발사를 보유한 미국, 유럽연합(EU), 영국 등 선진국과 수익 감소에 직면한 제약사들의 반대다. 이들은 지재권 보호가 연구를 장려하고 이 권리를 포기할 경우 오히려 감염병 대응을 저해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역시 줄곧 반대 입장을 피력해 왔다. WTO에서 안건이 통과되려면 164개국 회원들의 컨센서스(의견 일치)가 필요한데, 지난 6개월간 개도국과 부국의 의견 차이는 거의 좁혀지지 않았다. 폴리티코는 “(유예 찬성자들은) 미국이 태도를 바꿔야 반대 국가들도 변화할 것으로 믿는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아직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다. 아담 호지 미 무역대표부(USTR) 대변인이 “글로벌 파트너와 협력 가능한 모든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는 원론적 입장만 밝혔을 뿐이다. 올해 대형 국제 이벤트가 줄줄이 예고된 점도 바이든 행정부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우선 지재권 면제를 논의하는 WTO 회의가 내달 중순 예정돼 있다. 매체는 “캐서린 타이 신임 미 USTR 대표가 사안을 더 자세히 조사할 것”이라면서도 “WTO 회의 전까지 해결책을 찾지 못하면 바이든 대통령은 10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도전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자리에는 남아공과 인도가 참석한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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