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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경제의 '탈중국화'는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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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세계 경제에 던진 숙제 중 하나는 공급망 재편이다. 지금까지 공정별 생산 최적화를 통해 재고를 최소화해 온 세계적인 상품 공급망이 코로나19로 인해 일거에 여지없이 무너졌다. 지난해 2월 현대자동차의 가동 중단도 중국산 부품의 공급 중단이 원인이었다. 자연 글로벌 기업은 향후 발생 가능한 위기에 보다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복원 가능한 공급망(resilient supply chains)' 구축이 큰 관심을 갖게 되었다.
공급망 재편의 중심에는 중국이 있다. 중국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래 적극적인 투자유치와 저렴한 인건비를 무기로 글로벌 기업이 요구하는 상품생산과 조립을 담당해 온 세계의 공장이었다. 따라서 공급망 재편이란 글로벌 기업의 중국 의존도 줄이기와 다름없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미중 갈등이 격화되면서 세계 공급망에서 중국을 떼어 버리려는 소위 탈중국(decoupling) 정책이 미국에 의해 본격 추진되고 있다. 과연 글로벌 기업의 중국 의존도가 쉽게 줄어들 수 있을까?
2019년 수입통계를 보면 중국제품이 특정국 시장에서 점유율이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상품 수가 미국은 1,349개, 유럽연합(EU)은 1,788개, 일본 1,932개, 한국 1,985개로 나타난다. 교역되는 공산품의 총 수가 통상 4,200개 안팎임을 감안하면 미국(31%)을 제외하고 주요국의 중국제품 의존도가 40% 이상임을 의미한다. 또한 금액 기준으로 해당 제품의 총수입에서 중국산 비중이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품목 수도 미국과 EU는 5~7%, 우리나라 포함, 일본, 호주, 인도, 동남아시아 모두가 10% 이상이다. 수입의 30~40%를 중국에 의존하는 데 어떻게 일시에 중국산을 다른 국가 상품으로 대체할 수 있을까?
중국과의 관계 단절이 어려운 이유는 비단 생산기지로서 중국이 갖는 장점 때문만이 아니다. 거대 소비시장으로서 향후 중국의 잠재성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모건스탠리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민간소비는 2030년 12조7,00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우리 돈으로 무려 1경4,000조 원이다. 작년 우리나라 민간소비가 7,600억 달러였으니, 우리나라 총 소비의 약 17배에 이르는 천문학적 규모이다. 1인당 GDP 1만 달러를 넘어 이제 본격적인 소비를 시작한 14억5,000만 명의 거대시장을 세계 어느 기업이 모른 체할 수 있을까?
중국 정부의 대응도 볼만하다. 중국은 미국의 탈중국 정책에 대응해 쌍순환정책을 통해 자체 공급망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이를 위해 그들이 필요로 하는 차세대 하이테크 산업에 대한 투자를 적극 유치하면서 노동집약적 산업은 인근 동남아로 이전시키고 있다. 소비 확대를 통해 소비시장으로서 중국의 매력을 한층 높이고 있기도 하다.
이렇게 본다면 미국의 탈중국 정책은 일부 의료물품이나 방역물자를 제외하고 짧은 기간 내 그 성과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은 공급망 재편과정에서 중국의 역할은 계속될 것이고, 오히려 아시아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더 커질 수도 있다. 미국의 강한 디커플링 정책과, 잠재 소비시장으로서 중국과 그들이 제공하는 당근책 사이에서 글로벌 기업이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하지만 적어도 단기간에 공급망의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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