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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구할 바엔 안 뺏기겠다"… 기업들, '이직과의 전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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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이 급속도로 재편되고 있다. 그러나 산업 현장이 원하는 인재를 배출해야 할 대학은 변화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다. 턱없이 부족한 IT 개발자를 모셔가려고 기업들은 경쟁적으로 연봉을 높인다. 상아탑이 산업 흐름에 뒤처진 원인과 해법을 진단하는 기획 시리즈를 3회에 걸쳐 연재한다.
최근 기업들의 인재 구인난은 '기존 인력의 이직 급증'이라는 나비효과를 부르고 있다. 기업이 신입사원 대신 당장 써먹을 경력직 수시채용을 선호하자, 특히 인력난이 심각한 신산업 분야에선 이직이 폭증하는 추세다. 일부에선 이직을 조장하는 직원에게 불이익을 주겠다는 엄포까지 하는 등 산업계 곳곳에서 '이직과의 전쟁'도 빈발하는 모양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배터리 업계 A사는 회사 내 이직자가 늘자 특별전담반(TF)까지 꾸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의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회사가 대졸 사원, 대리급 전수 면담 예정"이라며 "퇴직 후 계획에 대한 구체적인 증빙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퇴직을 못하게 한다"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또 "동종업계로 이직하는 사람을 신고하면 포상금을 주겠다더라"는 얘기까지 전해졌다.
이는 A사만의 풍경이 아니다. B사 출신 이직자는 "꼭 동종업계가 아니어도 회사가 이직을 막는 시도는 다반사"라며 "이민, 유학이 아니고서는 이직이 쉽지 않다"고 전했다. 그는 또 "한 동료가 이직 의사를 밝히자 회사가 개인 컴퓨터, 모바일 메신저 내용을 뒤지는 건 물론, 집까지 찾아와 유출 문건 여부를 확인했다"며 "결국 이직을 포기하고 난 뒤 징계까지 받았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이처럼 인력 이탈 방지에 열을 올리자 이직을 원하는 직원들 사이에는 '이직 매뉴얼'까지 돌고 있다. 실제 블라인드에는 "저연차에게는 전직금지 약정보다 직업선택의 자유가 더 크게 작용한다"며 "회사가 전직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면 반대로 퇴사자는 직업 선택의 자유 제한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하면 된다"는 내용이 공유되고 있다.
한편에선 이직을 막을 '채찍'과 함께 젊은 직원을 붙들 '당근'도 생겨나는 추세다. 초봉을 높이거나, 서울 및 수도권에 연구시설을 마련하는 것 등이 대표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젊은 직원은 회사의 이름값보다 삶의 질·처우·조직문화 등을 더 중요시한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이런 당근도 외국계 기업의 물량 공세에는 속수무책이 되고 있다. C사의 경우 총원이 5명이던 팀에서 한 달 새 4명이 외국계 기업 등으로 옮기는 사례도 나왔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CATL 같은 회사는 연봉만 3배에 자녀들 국제학교 학비 전액 지원, 주거 제공, 한국을 오갈 항공권 제공 등을 앞세워 인력을 빼가고 있다"며 "국내 인력 부족이 장기화될 걸 잘 알기 때문에, 한 3년 나갔다 와서 국내에 재취업할 생각으로 중국행을 선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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