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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부만 푸대접" 美 대학농구, 차별 이슈로 시작부터 어수선

입력
2021.03.21 12:30
수정
2021.03.21 12:34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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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남자부·썰렁한 여자부 훈련장?대조
NBA 스타 등 비판...NCAA, 결국 공식 사과
여자 테니스 영웅 "형평·평등 원한다" 일침

미국 이스턴 워싱턴대 농구 선수들이 20일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열린 NCAA 주최 '3월의 광란' 전미농구대회에서 코트 안 선수들에게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인디애나폴리스=USA투데이 연합뉴스

미국 이스턴 워싱턴대 농구 선수들이 20일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열린 NCAA 주최 '3월의 광란' 전미농구대회에서 코트 안 선수들에게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인디애나폴리스=USA투데이 연합뉴스


미국에서 3월의 스포츠는 대학농구다.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가 주최하는 대학농구대회 1부리그 토너먼트 ‘3월의 광란(March Madness)’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2019년 발표한 스포츠 행사 브랜드 가치 순위에서 미국프로풋볼(NFL) 결승전 슈퍼볼, 하계 올림픽에 이어 대학농구 준결승과 결승인 ‘파이널 포(Final Four)’가 3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게다가 지난해 대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취소되면서 2년 만에 열리는 터라 이목이 더 집중됐다.

그러나 19일(현지시간) 시작된 대회는 초반부터 경기 자체보다는 남녀 차별 이슈로 구설수에 올랐다. 돈과 인기만 좇는 풍토에다 변화하는 사회 감수성을 따라가지 못한 탓이 크다.

사연은 이렇다. NCAA 농구대회에는 성적이 우수한 남자 68개, 여자 64개 팀만 참가할 수 있다. 코로나19 방역 차원에서 올해 대회는 각 지역에서 따로 4강 이전 경기를 진행하지 않고 처음부터 한 곳에 모였다. 남자부는 인디애나주(州) 인디애나폴리스, 여자부는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에서 각 팀이 격리된 채로 3주간 대회가 진행된다.

그런데 훈련장 여건과 식사 제공 등을 두고 남자부의 특급 대우와 달리 여자부는 형편없는 대접을 받으면서 논란이 촉발됐다. 미 오리건대 여자 농구부 세도나 프린스 선수가 18일 아령 한 벌로 구성된 여자부 웨이트룸 영상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면서 남녀부 훈련 여건 차이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남자부 웨이트룸에는 각종 훈련 장비와 웨이트 기구가 구비돼 있었다.

NCAA는 또 남자부 선수들에게는 이번 대회 기념 상품이 가득한 가방을 제공하고 여자부 선수들에게는 일반 물품만 제공하기도 했다. 음식의 질 문제도 제기됐다. 미국프로농구(NBA) 간판스타 스테판 커리가 프린스의 영상을 리트윗하며 각성을 촉구했고 논란은 확산됐다.

‘여자부보다 남자부 농구 경기 인기가 많아 돈이 몰리고, 결국 대접도 특별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는 댓글도 있었다. 하지만 아마추어 스포츠까지 자본의 논리가 좌우하는 상황에 대한 반박도 나왔다. 결국 NCAA 여자농구 담당 부사장이 19일 사과하며 개선을 약속했다.

공식 사과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끝나지 않았다. 미국 여자 테니스계 전설 빌리 진 킹이 NCAA의 남자부 경기 중심 운영을 비판했다고 미 ABC방송은 전했다. 킹은 “우리는 항상 빵 부스러기 같은 것만으로 행복해야 한다. 우리는 형평성, 평등, 동일성을 원한다”고 했다.

킹 역시 남자부 중심 테니스계에서 차별을 겪다 세계여자테니스협회를 설립하며 싸워야 했다. 여성 비하를 일삼던 남자 테니스 선수와 1973년 성 대결을 벌이기도 했다. 그로부터 50년 가까이 지났지만 미국 스포츠계 차별 현실은 달라진 게 없다. 원로 여성 스포츠 영웅이 나설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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