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모해위증' 무혐의? 기소? 심야까지 13시간 반 동안 마라톤 회의

입력
2021.03.19 20:10
수정
2021.03.20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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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 부장·전국 고검장 등 총 14명 회의 참석
기록 검토·사건 설명·임은정 브리핑 등 이어져
만장일치 의결은 실패... 표결로 '불기소' 결론

한명숙 전 총리 모해위증교사 의혹 사건 관련 대검 부장검사 회의가 열린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 청사 모습. 이한호 기자

한명숙 전 총리 모해위증교사 의혹 사건 관련 대검 부장검사 회의가 열린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 청사 모습. 이한호 기자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교사 의혹에 대한 ‘무혐의 종결’을 재심의하기 위한 대검찰청 부장ㆍ전국 고검장 회의가 19일 개최됐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대검 부장회의에서 기소 가능성을 다시 심의하고, 사건 처리 과정의 공정성 및 결론의 적정성을 기해 달라”며 수사지휘를 내린 지 이틀 만이다. 최종 결론은 박 장관 지휘 내용을 일단 수용하되, 대검 부장단에 대한 의심의 시선을 감안해 ‘고검장들도 참석하라’는 묘수를 꺼낸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의 몫이다.

오전은 기록만 검토...오후엔 임은정 브리핑

이날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대검 청사에서 시작된 회의엔 조 총장대행은 물론, 대검 부장(검사장급) 7명과 전국 일선 고검장 6명 등 참석 대상 14명이 모두 참여했다. 오전 시간엔 별다른 토론이나 의견 개진 없이, 이 사건 관련 기록을 검토하는 데 온전히 할애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검찰 관계자는 “6,000쪽이 넘는 기록을 전부 보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만큼, 핵심을 정리한 요약본이 배포됐을 것”이라며 “하지만 사건 자체가 복잡하고 쟁점도 한두 개가 아니어서 참석자들이 토론에 앞서 내용을 숙지하는 데에도 꽤 시간이 걸렸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점심 식사는 ‘보안’을 위해 대검 청사 내에서 도시락으로 해결했다. 다만 회의 주재자인 조 총장대행은 회의 참석자들과는 별도의 공간에서 따로 식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식사 도중 회의 주제와 관련한 대화를 나누게 되면, 본격 심의가 시작되기도 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오후 1시30분쯤부터는 이 사건 담당자들의 ‘직접 설명’이 이뤄졌다. 지난해 9월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에 보임된 임은정 검사가 회의장에 들어가 사건 배경과 쟁점 등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밝히면서 “정식 수사를 거쳐 모해위증 행위자인 재소자 김모씨를 기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 검사는 특히 자신이 작성한 공소장 초안도 공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기소 의견), 조 총장대행이 주임검사로 지정한 허정수 대검 감찰3과장(무혐의 종결 의견)도 참석해 부연 설명을 하기도 했다. 이러한 절차에만 상당히 긴 시간이 소요된 것으로 파악됐다.

한명숙 전 총리 모해위증교사 의혹 사건 관련 대검 부장회의가 열린 19일 오전 전국 고검장 6명이 각자의 차량을 타고 서울 서초구 대검 청사로 들어가는 모습.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강남일 대전고검장, 박성진 부산고검장, 조상철 서울고검장, 장영수 대구고검장, 구본선 광주고검장, 오인서 수원고검장. 이한호 기자

한명숙 전 총리 모해위증교사 의혹 사건 관련 대검 부장회의가 열린 19일 오전 전국 고검장 6명이 각자의 차량을 타고 서울 서초구 대검 청사로 들어가는 모습.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강남일 대전고검장, 박성진 부산고검장, 조상철 서울고검장, 장영수 대구고검장, 구본선 광주고검장, 오인서 수원고검장. 이한호 기자


오후 늦게 심의 시작...증언 허위 여부에 집중

대검 부장ㆍ고검장들의 본격 심의와 토론은 늦은 오후 들어서야 시작됐다. 논의 주제는 박범계 장관 지휘 내용대로 △재소자 김씨 증언 내용의 허위성 여부 △위증 혐의 유무 △모해 목적 인정 여부 등이었다. 2010~2011년 ‘한명숙 전 총리 불법 정치자금 9억원 수수’ 사건 재판에서 금품 공여자인 고(故)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가 진술을 번복하자, 검찰 수사팀이 재소자 동료들에게 “한 전 대표가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줬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증언하도록 사주했다는 게 이번 의혹의 골자다.

회의 참석자들은 무엇보다 재소자 김씨 증언을 허위로 볼 근거가 충분한지 따져보는 데 집중하며 토론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김씨에게 ‘한 전 총리 또는 한 전 대표에게 피해를 입히려는 의도(모해)’가 있었는지도 중요 쟁점이지만, ‘위증’이 성립되지 않으면 모해 의도 유무를 따질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결국 최대 관건은 김씨의 법정 진술이 ‘기억에 반하는’ 허위였는지 판단하는 문제였다. 아울러 ‘검찰 수사팀의 회유나 강압 등이 있었다’는 다른 재소자의 폭로에 근거가 있는지도 참석자들의 중점 논의 대상이었다.

저녁 이후에도 토론...표결로 결론 낼 가능성

회의는 저녁 식사를 마친 이후에도 재개돼 총 13시간 30분 동안 마라톤 회의로 진행됐다. 참석자 대부분은 대검의 기존 결론인 ‘무혐의 종결’에 손을 들어줬지만, 일부는 ‘일단 기소를 해서 법원 판단을 구해 볼 필요가 있다’고 반박하면서 격론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 부장회의와 관련한 대검 예규에 따르면, 회의 결론은 만장일치 도출이 원칙이지만 의견이 엇갈릴 땐 출석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하게 된다.

회의 주재자인 조 총장대행과 당사자에 해당하는 한동수 감찰부장은 당초 표결에서 빠질 것으로 관측됐으나 투표에 참여했다. 표결 결과, 대검의 종전 무혐의 종결 처리에 동의한 ‘불기소’는 10명이었고, ‘기권’과 ‘기소’가 각각 2명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조 총장대행은 이를 감안해 자신이 최종 결정을 내린 뒤 법무부에 보고할 예정이다.

이상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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