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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LH 고양덕은 개발, 원주민 이주대책에도 문제 있었다

입력
2021.03.2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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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단장이 입찰업체 점수 주무른 고양덕은 개발
원주민 이주대책도 허술

19일 오후 경기 고양시 덕은구에 설치된 '고양덕은 도시개발사업 현장사업소' 모습. 최다원 기자

19일 오후 경기 고양시 덕은구에 설치된 '고양덕은 도시개발사업 현장사업소' 모습. 최다원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경기 '고양덕은' 도시개발사업 과정에서 일부 원주민이 LH의 위법한 대처로 삶의 터전을 잃을 뻔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고양덕은지구는 2016년 내부감사에서 사업단장이 멋대로 입찰업체 점수를 주무른 사실(본보 3월 17일자 4면)이 밝혀진 곳이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제4-2행정부(부장 이범균)는 LH를 상대로 A(69)씨가 낸 '이주대책대상자제외처분취소' 소송에서 LH의 항소를 지난 1월 기각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에 대한 LH의 이주대책 제외 처분이 위법하다며 LH에 처분취소를 선고했었다.

고양덕은지구는 2008년 '도시개발구역 지정을 위한 공람'을 공고한 후, 2012년 사업구역 반 가까이 축소?변경되는 바람에 '2차 공람'을 공고했다. 공람공고일 이전부터 보상일까지 소유주택에서 거주한 이는 LH로부터 택지나 주택, 이주정착금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덕은동의 한 중개사무소에서 공인중개사가 덕은지구 내 이주자택지 위치를 설명하고 있다. 최다원 기자

덕은동의 한 중개사무소에서 공인중개사가 덕은지구 내 이주자택지 위치를 설명하고 있다. 최다원 기자

A씨는 2003년부터 덕은동에 거주하다가 2007년 12월 인근에 새 주택의 건축허가를 받았다. 기존 주택은 2008년 3월 아들에게 증여한 뒤 새 건물이 지어지기 전까지 함께 살았다.

2008년 당시 A씨는 공람공고일(4월 21일) 이후에나 새 주택이 완공돼 이주재택 대상자에서 제외될 것을 우려했으나, 한국토지공사(LH 전신)는 예규를 근거로 '공고일 이전 건축허가를 받았으니 대상자가 맞다'고 안내했다.

그러나 막상 2018년 LH는 '공람공고일에 해당 건물에서 살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대책 대상자가 아니다'라고 말을 바꿨다. 결국 A씨는 LH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1심 재판부는 "이주대책의 취지는 공익사업으로 생활근거를 잃은 이들에 대한 적극적이고 정책적인 배려"라며 A씨를 대상자로 판단했다.

LH의 항소로 열린 2심에선 재판부가 아예 LH의 이주대책 선정 기준일 자체가 잘못됐다고 봤다. 2012년 사업규모와 목적이 법령이 허용하는 이상으로 달라진 만큼, 인구수용계획 기준 또한 2012년에 이뤄진 2차 공람공고일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결국 A씨는 26개월 만에 집에 대한 권리를 되찾을 수 있었다.

재판부 판결에 따른 기준일 변경으로 새로운 이주대책 대상자가 되는 이는 A씨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에는 B씨와 C씨 역시 대법원으로부터 '이주대책 대상자에서 제외된 것은 부당하다'는 판결을 받았다. 주민들은 기준일 변경으로 대상자로 편입되는 이들의 규모를 40명 안팍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런 재판 결과에 대해 LH 측은 "사업의 변경이 일부 있더라도 사업의 주 지정고시는 기존 1차 공람공고일로 보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면서도 "신규 대상자들에 대한 대책은 아직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최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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