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나 빠지면 근무 엉망" 간호사들 "백신휴가제, 도입돼도 그림의 떡"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수도권의 한 대형병원에 근무하는 20대 간호사 A씨는 이달 초 아스트라제네카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고 3~4일간 오한, 발열, 두통, 근육통 등에 시달렸다. 온 몸이 멍든 것처럼 아파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더 아프다는 이들도 근무를 계속해 차마 쉬겠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 A씨는 "3교대로 돌아가며 인당 환자 10명 이상을 맡고 있는데, 내가 아프다고 갑자기 자리를 비우면 남은 사람들이 이를 다 떠안아야 하는 구조"라며 "10주 뒤 2차 접종 때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아 백신휴가는 우리와 먼 얘기"라고 토로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자들이 접종 후 2~3일간 강한 이상반응을 호소하면서 정부가 '백신휴가제' 도입을 논의하고 있지만, 만성적 인력부족과 3교대 등으로 이미 극한상황에 내몰려 있는 간호사들 사이에서는 '그림의 떡'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는 19일 범정부 차원에서 백신휴가제 도입과 관련된 실무회의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백신휴가제의 유·무급 여부, 유급으로 한다면 비용부담은 어디서 할지, 며칠 동안 쉬게 할지 등 구체적 내용을 정리하고 있는 것이다. 윤태호 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쟁점 사안들에 대한 합리적인 실행 방안들을 강구할 것"이라며 "이런 부분이 정리되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보고해 최종 확정할 것"이라 말했다.
백신휴가제 도입 자체는 기정사실화됐다지만, 관건은 실제 활용 여부다. 평소 근무여건이 열악한 곳일수록 백신휴가제 활용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간호 업계도 그중 하나다. 특히 병원별로 1, 2주 내 일괄접종이 이뤄지면서 아파도 쉴 수 없다. 간호사들의 백신휴가가 의료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강경화 한림대 간호대학 교수는 "원래도 간호사 인력이 부족한 데다 코로나19로 더 부족해졌다"며 "이들은 백신 맞고 편히 쉴 처지도 못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정부가 단순히 제도만 만들 게 아니라 이를 잘 사용할 수 있는 제반여건까지 함께 마련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코로나19 전담병원에 근무하는 한 간호사는 "전담병원이나 큰 병원일수록 접종 기간을 한 달 정도로 넉넉하게 늘려줘야 한다"며 "그래야 간호사들도 증상에 따라 최소 하루 정도는 충분히 휴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간호협회 또한 이달 초 접종기간 확대, 순차 접종 등을 정부에 공식 요구했다. 서울의 한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는 "의료진이 몸이 덜덜 떨릴 정도로 아파도 참아가며 일해야 하는 상황이 환자 안전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정부가 현장의 목소리를 귀담아들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