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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카서 처음 만난 美中, 날선 신경전에 회담장엔 '칼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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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4년 미중관계 첫 시험대가 될 양국 고위급 회담이 18일(현지시간) 험악한 분위기에서 막을 올렸다. 미중 양국은 “질서 위협” “내정간섭” 같은 적나라한 표현으로 날 선 신경전을 이어갔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부터 이어지던 미중 갈등이 조 바이든 행정부 들어 더 격렬해지는 양상이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 등 동맹을 뒤에 둔 채 중국을 압박하고 나섰고, 중국은 러시아와 다음 주 회동을 약속하는 등 ‘신(新)냉전’ 대결 구도 역시 강화되고 있다.
이날 미 알래스카주(州) 앵커리지에서 시작된 미중 고위급 회담은 지난 1월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후 첫 미중대화다. 미국에서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중국은 양제츠(楊潔?)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과 왕이(王毅)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각각 나섰다.
그러나 덕담이 오가는 외교 상견례가 아니었다. 전임 행정부의 미중 무역전쟁 수준을 넘어 민주주의ㆍ인권 등 '가치전쟁'까지 얽히면서 기싸움이 거셌다.
미중 양측이 주고받은 인사말부터 날이 섰다. 블링컨 장관은 “중국의 행동이 국제사회 안정성을 유지해온 규칙에 기초한 (국제)질서를 위협한다”며 “미국은 신장 지역을 포함해 중국의 행동에 대한 깊은 우려를 논의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장 위구르족 인권 탄압 이슈와 함께 홍콩ㆍ대만 문제, 미국을 겨냥한 사이버 공격, 동맹을 향한 경제적 강압도 회담 주제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설리번 보좌관은 “우리는 갈등을 추구하지 않고 치열한 경쟁을 환영한다”면서도 “그러나 우리 국민, 친구들을 위해 원칙을 옹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도 물러서지 않았다. 양 정치국원은 신장, 홍콩, 대만은 분리할 수 없는 중국의 영토라며 “중국은 미국의 내정간섭을 단호히 반대한다”라고 반박했다. 또 “미국의 인권이 최저 수준” “미국 내 많은 사람이 미국 민주주의를 신뢰하지 않는다” 등의 역공도 펼쳤다. 15분에 걸친 격정적 중국어 발언이었다.
이어 왕 부장이 미국의 패권 행태를 지적하자, 블링컨 장관과 설리번 보좌관이 다시 발언을 했다. 그러자 양 위원이 퇴장하던 취재진에게 "기다려달라"고 한 뒤 재차 반박에 나섰다. 이 바람에 애초 각 2분씩 총 10분 안팎으로 예정됐던 모두발언이 1시간이나 공개되는 이례적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양측은 장외 공방도 이어갔다. 모두발언 직후 미 정부 관계자는 “중국이 기선제압식 연출을 염두에 두고 의도적 행동을 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비난했고, 중국 관리도 회담 상황 브리핑에서 “손님을 대하는 도리가 아니며 외교 의례에도 맞지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다만 실제 1·2차 회동은 진지한 분위기에서 각각 2시간씩 논의가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회담 전부터 미중의 간극은 넓었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을 ‘21세기 가장 큰 지정학 숙제’로 규정하며 압박을 예고해왔다. 12일 미국ㆍ일본ㆍ호주ㆍ인도 4개국 안보협의체인 ‘쿼드(Quad)’ 첫 정상회의를 갖고, 15~18일 한ㆍ일을 국무ㆍ국방장관이 방문해 중국 포위 전략을 짰다. 16일 중국과 홍콩 고위관리 24명을 제재 대상으로 발표하며 중국의 신경도 건드렸다.
중국도 ‘모든 의제를 논의하되 핵심 이익은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라는 원칙을 천명한 상태다. 동시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후변화, 군축 등의 의제에서는 미국과 협력할 수 있다는 유연함도 갖췄다. 22일 중국을 방문하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과의 회동도 눈길을 끈다.
미중 양측은 19일 오전까지 3차례 만난다. 미국은 알래스카 회담 전 “구체적 성과도 기대하지 않고, 미중 간 대화 재개도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4월 기후정상회의 등을 계기로 미중이 정상급 대화를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백악관은 북핵 문제도 회담에서 다루겠다는 입장이었지만 어느 선까지 논의됐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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