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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이나 걸린 '베토벤 후계자'의 첫 교향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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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스트라 음악의 꽃'으로 불리는 교향곡(Symphony). 국내 최대 교향곡 축제가 이달 30일부터 다음달 22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립니다. 한국일보는 '한화와 함께하는 2021교향악축제'에 참가하는 오케스트라 지휘자들과 무대에서 연주될 교향곡을 '하루에 하나씩' 소개합니다.
베토벤이 떠난 뒤 유럽은 또 다른 천재 작곡가에 목 말라 있었다. 특히 베토벤이 남긴 9개 교향곡을 뛰어넘을 만한 걸작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던 1853년 슈만은 한 청년 작곡가를 두고 이렇게 썼다. '그는 베토벤의 음악적 후계자이며, 마법의 지팡이를 흔들면 합창단과 오케스트라가 엄청난 위력을 발휘해 신들의 세계에서나 볼 수 있는 세계로 우리를 안내한다.' 거장이 극찬을 아끼지 않았던 주인공은 브람스였다.
실제로 브람스는 슈만의 평가처럼 음악적 재능이 무궁무진했다. 하지만 세상의 관심은 그에게 큰 부담이었다. 오죽했으면 브람스는 친구에게 "거인이 내 뒤로 뚜벅뚜벅 쫓아오는 소리를 항상 들어야 한다고 생각해 보라"고 토로했다. 거인은 물론 베토벤이다.
음악계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브람스는 스물두살 무렵 교향곡 작업에 착수했다. 하지만 교향곡 1번은 무려 마흔셋(1876년)이 돼서야 완성됐다. 20년이 넘게 걸린 이유는 브람스의 완벽주의 성향 때문이었다. 실제로 브람스의 교향곡 1번이 초연됐을 때 음악계는 "드디어 (베토벤의) 10번째 교향곡이 나왔다"고 극찬했다. 브람스는 모두 4개의 교향곡을 남겼는데 그 중에서도 1번이 대표작으로 꼽히는 것은 그래서다.
다음달 11일 서울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에서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브람스 교향곡 1번을 연주한다. 다비드 레일랑이 지휘한다. 레일랑 지휘자는 교향곡 1번을 두고 "여전히 베토벤의 숨결이 느껴지지만, 브람스를 괴롭혔던 교향곡의 악령을 떨쳐내고 완성한 곡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어둠에서 빛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표현한 듯하다"고 평가했다.
교향곡 1번은 도입부가 다소 복잡하다. 브람스는 곡의 메시지를 대놓고 표현하기보다 자신의 내면을 담는 데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레일랑 지휘자는 "브람스는 음악적 시공간을 초월한 교향곡을 쓰려고 했다"면서 "바흐의 푸가를 닮은 다차원적인 화려함과 내적 일관성을 모두 갖추고 있으면서도, 대규모 오케스트라 작품으로서 에너지도 풍부하다"고 했다.
레일랑 지휘자는 이 작품 중에서도 "4악장이 특별하고 형이상학적인 경험으로 다가온다"고 했다. 브람스는 마지막 악장을 어두운 단조풍 아다지오 선율로 시작하는데, 갑자기 안개가 걷히며 밝은 호른 소리가 들려온다. 브람스가 스위스 전통악기 알펜호른을 묘사한 대목이다. 알프스 산 정상에서 울리는 듯한 호른소리를 시작으로 곡은 장조로 바뀌고, 관악기들의 합주가 이어진다. "큰 걸음을 걷는 듯한" 웅장한 선율이다. 흡사 베토벤 교향곡 9번 '환희의 송가' 주제를 닮았다. 교향곡은 "브람스의 오케스트라 작품 가운데 가장 용맹스러운 승리의 음악"으로 끝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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