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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전화 10%'가 멈춰세운 오세훈-안철수 단일화, 시간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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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의 4·7 서울시장 단일후보 자리를 놓고 협상 중인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18일 최종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애초 공언한 후보 등록 마감일(19일) 전까지 단일화를 성사시키지 못했다. 여론조사 방식을 놓고 막판까지 조율에 나섰던 두 후보 측은 유·무선 전화 비율을 놓고 물러서지 않았다. 두 후보는 각각 후보 등록을 마친 뒤, 협상을 이어갈 예정이다. 하지만 이번 단일화 승패에 두 후보의 정치적 명운이 걸려 있다는 점에서, 진통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날 양측의 협상 과정은 긴박했다. 각 당 실무협상 책임자인 정양석 국민의힘 사무총장과 이태규 국민의당 사무총장은 오전 회동을 마친 후,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전날 협상에서 국민의힘이 제시한 ‘유선전화 10% 포함’안을 국민의당이 "절대 받을 수 없다"고 물러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협상결렬 선언 1시간 뒤, 안 후보가 “오 후보의 제안을 전적으로 수용한다”는 긴급 입장문을 내고, 오 후보가 “환영한다”고 답해 상황은 다시 반전되는 듯했다.
하지만 이 역시 불발로 그쳤다. 안 후보가 "수용하겠다"고 한 오 후보의 제안은 '여론조사업체 2곳에 각각 경쟁력과 적합도를 몰아서 묻자'는 제안뿐이었다. 양측 실무자들이 다시 모인 자리에서 오 후보 측은 '유선전화 10%'는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유선전화는 상대적으로 보수층과 고령층 응답이 높아 국민의힘 후보에게 유리하다는 게 두 후보 측 판단이다. 더구나 최근 진행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두 후보는 오차 범위 내에서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다. '유선전화 10%'를 오 후보가 고수하고, 안 후보가 받지 못하는 이유다.
협상 초반 서로에게 우호적이었던 두 후보가 막판으로 갈수록 치열해지는 이유는 단일화 결과에 따른 정치적 여파 때문이다. 당초 내년 대선을 조준했던 두 후보가 이를 접고 이번 서울시장 출마에 나선 만큼, 단일화에서 패할 경우 향후 정치적 미래는 더 불투명해질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투기 사태 등으로 야권에 유리한 선거 구도가 형성되면서, 단일화 승리가 본선 승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는 것도 양보를 어렵게 하는 이유다.
이날 협상 결렬 직후 두 후보는 서로에게 각을 세웠다. 안 후보는 페이스북에 “오 후보가 당의 눈치를 살피며 말을 바꾸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이에 오 후보는 한국기자협회 토론회에서 "안 후보가 무리한 주장을 하는 협상 과정을 봤을 것이다"라고 협상 과정에 불만을 표시했다.
누가 승자가 되든 단일화가 늦춰지는 게 두 후보에게 나쁘지만은 않다는 게 야권 내부의 시각이다. 단일화 이슈가 이어지면 유권자들의 시선을 잡아둘 수 있다. 먼저 링에 올라 있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공격도 분산시킬 수 있다.
다만 후보 개인으로 보면 유불리를 점치기 힘들다. 오 후보는 당 주자로 결정된 뒤 컨벤션효과(정치적 이벤트 후 지지율 상승)를 충분히 누릴 수 있고, 안 후보는 ‘합당 카드’가 보수 표심에 닿을 때까지 시간을 벌 수 있다.
물론 단일화 합의가 지연될수록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 야권 관계자는 “단일화 합의가 늦어져 양보 없는 싸움이 계속되면, 상대를 깎아 내리는 비방전이 이어질 수 있다”며 “이번 선거에 캐스팅보트인 중도층이 이 모습을 긍정적으로 바라볼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당초 2차 단일화 데드라인이었던 선거 투표용지 인쇄 직전인 28일이 아닌 선거운동 시작일인 25일 전까지 두 후보가 단일화를 이뤄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양측 협상단도 이날 “단일화 효과가 반감되면 안 된다"며 "2, 3일 내에 접점을 찾아 단일화를 성사시키겠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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