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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대받는 '차별금지법'...서울시장 선거 뒤로 발의 미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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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이요? 선거 20일 남았는데...지금 얘기하긴 좀..." (더불어민주당 핵심관계자)
최근 성소수자 차별 이슈 등과 맞물려 필요성이 커지는 차별금지법(평등법) 제정과 관련, 입법 주도권을 쥔 더불어민주당이 발의를 미루고 있다. 지난해 말 법안 초안도 완성됐고, 발의에 필요한 의원수도 확보했다. 하지만 다음달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소수자 인권이 선거에 발목이 잡히는 모양새다.
차별금지법 발의를 준비 중인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18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법안 발의를 보궐선거 뒤로 미루려 한다"고 말했다. 보수 기독교계의 반발을 우려해 종교나 전도에 차별금지법을 적용하지 않는 '종교 예외조항'을 포함시켰지만 이에 대한 조율이 안 됐다는 게 표면적 이유다. 실제 불교계를 중심으로 '종교 예외조항'이 '또다른' 차별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삭제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차별금지법 발의를 미루는 민주당의 속내는 20일 앞으로 다가온 선거 영향이 더 크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으로 안 그래도 선거 판세가 불리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소수자 인권까지 챙길 여유가 없다는 얘기가 당 내부에서 흘러나온다. 이 의원은 "최근 당 내부에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돕지는 못할망정...'이라는 흐름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이 발의하려는 차별금지법에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릴 예정인 다른 민주당 의원도 이날 "이 의원이 차별금지법에 공동발의자로 나설 25명 의원들에게 도장을 받아, 언제든지 발의할 수 있는 상태"라며 "다만 ‘LH 사태’로 여론이 좋지 않아 발의 시점을 조심스러워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회 차원의 차별금지법 제정이 미뤄지면서 권리를 보호받지 못한 소수자들은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다. 최근 제주퀴어문화축제 공동조직위원장이었던 김기홍씨와 성전환 수술 이후 군에서 강제 전역 조치된 변희수 전 하사의 극단적 선택이 대표적이다.
게다가 선거철을 맞아 소수자들의 인권은 정쟁의 도구로 전락하고 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전날 한 토론회에서 서울 이태원 핼러윈 축제 등을 예로 들며 "어떤 특화된 곳을 만들어서 그곳으로 원하는 (성소수자) 분들이 가서 즐기는 좋은 문화를 만들면 거기도 명소가 되고, 외국에서도 찾아오고, 그것이 서로 좋은 일이 아닐까"라고 말했다. 또 "퀴어 축제 때 과도한 노출과 성인용품 판매 등을 의도치 않게 아이들에게 보이게 된다"며 "도심에서 허용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도 언급했다. 당장 '성소수자 차별'이라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조혜민 정의당 대변인은 이날 "퀴어 축제를 불허해야 한다는 정치인들의 망언을 넘어 (안 후보가) '퀴어 게토'를 주장한 셈"이라며 "명백한 차별적 발언"이라고 꼬집었다.
이 때문에 민주당 내부에서도 "정치적 이해관계 등을 의식해 차별금지법 발의를 계속 미뤄서 안 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날 '성소수자 혐오·차별 근절과 인권 보장을 위한 긴급토론회'를 연 권인숙 민주당 의원은 "차별금지법 등 소수자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법을 마련하지 못하는 동안 이들은 끊임없이 소외되고 있다"며 "성소수자 인권은 더 이상 피할 수도, 외면할 수도 없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권 의원은 그러면서 "'모든 영역에서 성별에 의해 차별받지 않는 실질적인 성평등 사회를 구현하고, 성평등 민주주의를 완성한다'는 당 강령 11항을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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