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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 “북미 싱가포르 합의 계승해야”… 美 블링컨 즉답 피해

입력
2021.03.18 16:27
수정
2021.03.18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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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北 비핵화가 우선 관심사”…공동성명 채택

정의용(오른쪽) 외교부 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18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한미 외교·국방 장관 공동기자회견 후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정의용(오른쪽) 외교부 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18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한미 외교·국방 장관 공동기자회견 후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5년 만에 열린 한미 외교·국방장관(2+2) 회담에서 우리 정부가 강조해 온 '싱가포르 합의' 계승을 두고 온도차가 드러났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18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현 단계에서도 우리가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밝힌 반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포괄적으로 대북정책을 검토하고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와 관련,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신 행정부의 (북미) 대화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이뤘던 싱가포르 합의를 계승, 발전시키는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당시와는 다른 대북 접근 방식을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분석된다.


로버트 랩슨(앞줄 왼쪽) 주한 미국대사 대리와 정은보(오른쪽) 외교부 한미 방위비분담 협상대표가 18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진행된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가서명식에서 사인 후 합의문을 들어 보이고 있다. (뒷줄 왼쪽부터)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 정의용 외교부 장관, 서욱 국방부 장관이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로버트 랩슨(앞줄 왼쪽) 주한 미국대사 대리와 정은보(오른쪽) 외교부 한미 방위비분담 협상대표가 18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진행된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가서명식에서 사인 후 합의문을 들어 보이고 있다. (뒷줄 왼쪽부터)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 정의용 외교부 장관, 서욱 국방부 장관이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쿼드’ 동참 논의 없었다지만… 美 는 “한국과 협력”

이날 2+2회담 공동 기자회견에서 첫 질문은 2018년 6월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싱가포르 합의’ 계승 여부에 대한 양국의 입장에 대한 것이었다. 정 장관은 "싱가포르 합의는 북미관계 개선, 한반도 평화 정착, 비핵화 해결의 기본적 원칙을 확인한 것이기 때문에 현 단계에서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반면 블링컨 장관은 “포괄적으로 대북정책을 검토하고 있으며 수주 내 완료될 예정”이라며 “한국과 일본과의 조율을 거쳐 완성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날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 전에는 북미대화는 없다"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에 대한 질문에서도 양측 간 반응은 상이했다. 정 장관은 "한미 외교·국방장관 회의에 북한 나름의 방식으로 어떤 메시지를 내는 것이 아닌가 평가한다"고 했지만 블링컨 장관은 구체적 언급을 하지 않고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중국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회담의 주요 의제 중 하나인 미국·일본·호주·인도 간 안보협의체 쿼드(Quad) 동참과 관련해선 구체적인 요구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정 장관은 "쿼드 가입에 대한 직접적 논의는 없었다"고 말했고, 서욱 국방부 장관도 "미 측에서 우리에게 쿼드 국가와의 군사작전 공유나 합동훈련 제안도 없었다"고 말했다.

반면 블링컨 장관은 "유사 입장국들의 비공식적인 모임"이라면서도 "(쿼드에서 다루는) 여러 현안에 대해 우리는 한국과도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이런 모임들이 한미일 3자 협력과 일맥상통하고 굉장히 큰 혜택을 가져온다"며 여지를 남겼다. 이와 관련해 중국에 대해서도 "우리는 중국이 약속을 일관되게 어겼음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다"며 "중국의 공격적이고 권위적인 행동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전과 안보에 어떤 어려움을 낳고 있는지에 대해 논의했다"고도 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18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한미 외교·국방장관회의(2+2회의) 후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18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한미 외교·국방장관회의(2+2회의) 후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오스틴 미 국방장관 “전작권 전환 시간 걸릴 것”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회견에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위한 조건을 충족하는 데 시간이 걸리겠지만 전환 과정을 통해 동맹이 강화될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 임기 내 전작권 전환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에둘러 언급했다.

한미 양국은 기자회견에서 앞서 공동성명을 통해 "양국 장관들은 북한 핵·탄도미사일 문제가 동맹의 우선 관심사임을 강조하고, 이 문제에 대처하고 해결한다는 공동의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북한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를 완전히 이행하는 것이 중요함을 확인했다"며 대북 제재 이행에 대한 양측 의지를 강조했다. 아울러 "한미일 3국 협력의 중요성을 확인하고, 역내 평화와 안보, 번영을 증진하기 위해 상호 호혜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협력을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외교·안보 수장들은 전날 북한과 중국에 대한 작심 발언을 쏟아냈지만 공동성명에서는 중국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다.

블링컨 장관은 이후 청와대를 찾아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한 다음 한국을 떠나 미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미중 고위급 회담을 갖는다. 오스틴 장관은 하루 더 국내에 머문 뒤 19일 오전 다음 순방국인 인도로 떠난다.

정승임 기자
조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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