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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사건' 수사검사 "재소자 조사한 후배 10년째 고생… 미안"

입력
2021.03.18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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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석조 대전고검 검사, 검찰내부망 게시글
"모든 검사에 일어날 수 있어... 안타까워"?
박범계 장관 '수사지휘' 에둘러 비판한 듯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으로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이 확정된 한명숙(가운데) 전 국무총리가 2015년 8월 24일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수감되기 직전 지지자들과 만나 인사를 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으로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이 확정된 한명숙(가운데) 전 국무총리가 2015년 8월 24일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수감되기 직전 지지자들과 만나 인사를 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한명숙 전 국무총리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 수사팀에 참여했던 현직 검사가 당시 재소자 조사를 맡겼던 후배 검사에게 맡겼던 사연을 공개하면서 ‘미안하다’는 뜻을 전했다. 한 전 총리 사건 수사팀 모해위증교사 의혹 사건 무혐의 종결 과정의 공정성을 문제 삼으며 수사지휘를 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을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양석조(48ㆍ사법연수원 29기) 대전고검 검사는 이날 검찰 내부망(이프로스)에 ‘재소자 조사의 추억과 참회록’이라는 제목의 글을 게시했다. 양 검사는 과거 자신이 조사했던 한 재소자(사기사건으로 구속기소)가 ‘담당검사가 지방자치단체장 뇌물사건을 털어놓으라고 회유ㆍ협박했다’는 거짓 주장을 하는 바람에 곤욕을 치렀던 경험을 소개한 뒤 “그후로는 재소자 분들을 멀리 하게 됐다”고 썼다.

그로부터 몇 년 뒤, 양 검사는 한 전 총리 사건 수사를 맡게 됐고, 비슷한 상황에 처했다면서 글을 이어갔다. 양 검사는 “(한 전 총리 사건 금품공여자가) 말을 바꾸기 전 구치소에서 ‘말을 바꾼다더라’는 소문이 무성했고, 수사팀은 ‘이렇게 객관적 증거가 많은데 그게 가능하냐’면서 소문을 무시했다”며 “그런데 (법정에서) 진짜로 말을 바꿔 수사팀은 소문 근원지인 재소자 조사가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부장 주재 수사팀 회의에서 부장이 ‘누가 재소자 조사할래’라고 했는데, 남은 건 2명의 검사였다”며 “말석인 후배 검사를 위해서라면 ‘제가 하겠습니다’라고 해야 했는데, 재소자 조사의 (안 좋은) 추억으로 그리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양 검사는 “그래서 말석 검사가 (재소자) 조사를 담당하게 됐고,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고생하고 있다”며 “너무나 미안하고 죄송하다”고 사과의 뜻을 표했다. 이어 “당시 최고 실력의 형사 변호인들의 몇 시간에 걸친 반대신문이 예정된 상황이었고, 유수의 언론사가 지켜보고 재판 상황이 실시간 중계되고 있었던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양 검사는 “이런 일이 모든 검사에게 있을 수 있다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면서 글을 맺었다. 후배 검사에 대한 미안한 마음과 함께, 조사 대상자의 말 바꾸기나 근거 없는 의혹 제기로 수사결과 공정성이 의심받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출한 것이다.

정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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