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애틀랜타 총격범, 성경책 손에서 놓지 않던 독실한 신자"

입력
2021.03.18 17:00
수정
2021.03.18 17:0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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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 롱, 내성적이지만 신앙생활 열심?
2019년부터 신변 변화... 가출 실종 접수
性중독 재활치료, 범행 동기 일부 연관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연쇄 총격 사건의 용의자 로버트 애런 롱.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연쇄 총격 사건의 용의자 로버트 애런 롱. 로이터 연합뉴스

독실한 기독교 신자가 총격 테러범으로.

16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州) 애틀랜타에서 일어난 연쇄총격 사건 용의자 로버트 애런 롱(21)의 행적이 속속 공개되면서 가족과 지인들은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평소 신앙심 깊고 조용한 성격이었던 평범한 20대 청년이 ‘증오범죄’에 연루되리라곤 상상도 못했던 탓이다.

17일 미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롱은 조지아주 체로키 카운티 우드스톡의 중산층 가정에서 자랐다. 이웃 주민들은 교회에 성실하게 다니는 점을 제외하곤 롱의 가족한테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고 증언했다. 가정 불화 가능성도 낮아 보인다. 테네시주에 사는 그의 할머니는 CNN방송에 “롱은 여전히 내 손자고, 아직도 그를 사랑한다”면서 연민의 감정을 드러냈다.

실제 롱은 내성적이었지만 신앙 생활에서만큼은 적극적이었다. 2018년 그가 다니던 교회의 페이스북 계정에는 ‘나는 신앙을 통해 구원받았다’는 내용의 간증 영상이 올라오기도 했다. 고교 동창인 니코 스트라우한은 “롱은 학교에서도 늘 성경책을 손에 들고 다녔다”고 회상했다. 또 다른 동창 에밀리 보이깃은 “롱은 수줍음이 아주 많아 속내를 털어놓을 친한 친구들이 별로 없었다”고 전했다.

신변에 변화가 생긴 건 2년 전쯤으로 추정된다. 총격 수사를 담당하는 체로키 카운티 보안관실은 이날 2019년 롱의 부모가 아들의 실종신고를 접수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당시 롱은 여자친구와 함께 떠난다며 ‘새로 인생을 시작하고 싶다’ ‘다시 집에 돌아오지 않겠다’는 문자를 부모에게 보내고 사라진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부모는 “아들이 정신 질병을 앓지 않았고, 특별히 복용하는 약도 없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하지만 롱은 부모 모르게 성(性)중독 문제를 겪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19년 8월부터 반년 정도 조지아주 로스웰 메버릭 재활치료센터에서 치료를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당시 용의자와 룸메이트로 지낸 타일러 베일리스는 방송에 “롱은 알코올이나 약물 남용으로 들어온 다른 거주자들과 달리 성중독 치료를 위해 입소했다”고 말했다. 그는 롱이 센터에서 생활하는 동안에도 “마사지숍에 다녀왔다. 병이 재발했다”며 괴로움을 호소했다고 주장했다. 수사 당국도 이런 병력에 근거해 롱의 범행 동기를 성적 일탈로 몰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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