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랜타 총격범 '성 중독' 주장, '정신질환 감형' 노린 꼼수 의심"

입력
2021.03.18 11:50
수정
2021.03.18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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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한인 매체 '애틀랜타K' 대표 "용의자 주장 무리"
"힘없는 아시아계 여성 겨냥한 '인종 혐오' 범죄로 봐야"

미국 조지아주 코렐의 크리스프체로키 카운티 보안관실이 제공한 애틀랜타 총격 사건 용의자 로버트 애런 롱. 코델=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조지아주 코렐의 크리스프체로키 카운티 보안관실이 제공한 애틀랜타 총격 사건 용의자 로버트 애런 롱. 코델=로이터 연합뉴스

한인 여성 4명을 포함해 8명이 희생된 미국 조지아주(州) 애틀랜타 총격 사건의 용의자 로버트 애런 롱(21)이 자신에게 성(性) 중독 문제가 있다고 진술한 것과 관련해 "정신 질환에 따른 감형을 노린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애틀랜타 한인 매체 애틀랜타K의 이상연 대표는 1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인종 혐오 범죄의 경우 형량이 많이 늘어나기 때문에 변호사의 조력을 받았으면 인종 범죄냐라는 물음에 부인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형량 감소를 노리고 진술을 성 중독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에 희생된 한인들은 용의자가 애틀랜타 근교 체로키카운티에서 총기를 난사한 뒤 이동해 2·3차 총격 사건을 벌인 두 곳의 마사지 업소에서 나왔다. 직원들의 식사를 준비해 주고 매니저 역할을 하는 50~70대 여성들로, 가게에서 숙식을 하며 지내 왔다.

이 대표는 백인 남성인 용의자의 범행 동기에 대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중국 바이러스 때문에 50만 명의 미국인이 죽었다. 중국과 맞서 싸워야 한다. 중국이 최대의 악이다'와 같은 게시글을 올렸다"며 인종 혐오 범죄로 의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경찰 역시 사건 발생 직후 다른 한인 업소에 '괴한이 총격을 난사하며 아시아인을 모두 죽이겠다고 협박하고 있으니 대피하라'고 말한 사실이 취재 결과 밝혀졌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신실한 기독교인인 용의자가 성적 욕망을 배출하는 수단으로 마사지 업소를 다닌 자신의 버릇을 끊기 위해 이 같은 범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그대로 믿어도 좋을지는 수사가 더 진행돼 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또 "계획적으로 세 곳의 업소를 쉬지 않고 돌아다니면서 총을 쐈다는 것은 힘없는 아시아계 여성들을 겨냥한 범죄이지 자신의 내적 갈등을 풀기 위한 범행이라는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재선 실패 후 아시아계 혐오 범죄 극성”

미국 조지아주에서 총격 사건이 벌어진 이튿날인 17일 첫 번째 총격 발생 지역인 아크워스의 마사지 업소 앞에서 한 시민이 아시아인 혐오를 비판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아크워스=AFP 연합뉴스

미국 조지아주에서 총격 사건이 벌어진 이튿날인 17일 첫 번째 총격 발생 지역인 아크워스의 마사지 업소 앞에서 한 시민이 아시아인 혐오를 비판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아크워스=AFP 연합뉴스

이 대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낙선과 1월 6일 워싱턴 연방의회 의사당 난입 사건 이후 인종 혐오 문제가 심각해졌다"며 "선거 결과에 좌절한 일부 백인 우월주의자와 인종차별 의식을 갖고 있던 이들이 그 좌절감을 미국 사회에서 '보이지 않는 인종'이라고 하는 아시아인들에게 화풀이한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밝혔다.

"미국 각처에서 매일같이 두세 건씩 폭행·폭언 등과 관련된 갈등 소식이 보도되고 있고 미국 온 지 20년 만에 이 정도로 심각한 상황은 없었던 듯하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이 대표는 이번 총격 사건 이후 애틀랜타 한인 이민사회의 충격과 우려가 매우 크다고 전했다. "한인을 겨냥한 총기 난사 사건이 처음이고, 무방비 상태에서 영업을 하다가 변을 당한 것"이라며 "치안이 좋지 않은 곳에서 일하는 한인 소상공인이 많고 경찰이 왔을 때는 상황이 끝난 경우가 많아 자구책 마련이 필요한데 그마저도 쉽지 않다"고 부연했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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