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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고유예 받은 의사는 면허취소 봐준다? 여당서 '절충안' 만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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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고 이상 형을 선고받은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에 꽁꽁 묶여 있는 상황에서, '절충안'이 출구로 등장했다. 형법상 가장 낮은 수위의 유죄 판결인 '선고유예'를 면허 취소 사유에서 빼는 것이 골자로, 국회 본회의 처리를 위한 마지막 관문인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법사위가 절충안을 만들면 소관 상임위(보건복지위원회)의 권한을 침범한다는 논란이 일 여지가 있다.
선고유예를 면허 취소 사유에서 빼자는 제안이 처음 나온 건 의료법 개정안 통과가 무산된 지난달 26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다. 개정안이 의사들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해 '과잉금지 원칙'에 위반된다고 국민의힘 의원들이 반발하자, 치과의사 출신인 신동근 민주당 의원이 마이크를 잡았다. 신 의원은 "선고유예는 거의 무죄로 판결을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다른 전문직 자격증 취소 사유에서도 선고유예를 빼는 것으로 해서 통과시키는 게 어떤가 한다"라고 제안했다.
선고유예는 범죄 혐의를 인정하되, 처벌하지 않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없던 일'로 하는 법원의 처분이다. 이 때문에 신 의원의 제안이 '강력 범죄나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의료인의 면허를 취소한다'는 개정안의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건 아니다. 또 선고유예 판결이 나오는 사례 자체가 드물어 '범법 의사들에게 뒷문을 열어준다'는 비판으로부터도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2019년 법원에서 처리된 형사사건(23만 5,887건) 중 선고유예 판결은 1,856건으로, 전체의 0.78%에 불과했다.
민주당 일부 법사위원들이 이 절충안에 동의해 법사위에서 전격 처리될 가능성이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민주당 법사위원은 17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선고유예 부분에 대해서는 법사위원들이 대부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전체회의에서 다시 심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민주당 법사위원도 "공무원 자격도 선고유예를 받으면 상실되지 않는 만큼, 의사 면허취소 사유에서 빼는 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절충안의 '내용'이 아닌 '형식'에 있다. 의료법 개정안은 소관 상임위인 복지위에서 여야 합의로 처리했는데, 법사위가 법안 내용에 손대는 건 '월권' 시비를 부를 수 있다. 민주당이 '일하는 국회법'(국회법 개정안) 입법을 추진할 때 법사위의 체계자구심사권 폐지를 주장했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 복지위 소속 민주당의 한 의원은 "선고유예 부분을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 개정안을 건드리는 건 부정적이다. 법사위가 그런 권한을 내려놔야 한다는 게 일하는 국회법 취지 아니었나"라고 말했다.
변호사를 비롯한 다른 전문직은 선고유예 판결을 받으면 자격을 잃는다는 점에서 특혜 시비가 일 가능성도 있다. 의사에게 특혜를 준다는 비판을 피하려면, 변호사법이나 공인회계사법 등 다른 전문직 관련 법안 개정 작업도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이 같은 사정으로 의료법 개정안은 16일 법사위 전체회의 안건에서 제외되는 등 법사위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법사위 민주당 간사인 백혜련 의원은 '선고유예 절충안' 처리 여부에 대해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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