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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잔뜩·거주지 멀고·여러 명 공유하고... 드러난 투기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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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 신도시가 들어설 경기 시흥시 과림동 일대 농지를 사들인 사람들은 ‘투자 클럽’까지 만들어 자금을 마련하고, 주소지에서 400㎞ 떨어진 곳의 농지를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거액의 토지 매입금 대부분을 대출로 충당하는가 하면, 20대 소유자도 여럿 있었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2018년부터 올해 2월까지 과림동에서 투기 목적으로 농지를 매입한 것으로 추정되는 토지거래 131건을 조사한 결과 37건이 투기 의심 거래로 파악됐다고 17일 발표했다.
농지법상 농지는 농업경영에 이용할 목적을 제외하곤 소유하지 못하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참여연대와 민변이 37건의 토지 거래를 조사한 결과, 소유주들은 투기를 위해 토지를 매입한 정황이 뚜렷했다.
두 단체는 농지 소유주들의 토지거래 금액과 대출규모가 10억 원 안팎에 달하는 18건을 투기 의심 사례로 꼽았다. 18개 필지 중 16곳은 토지 등기부등본상 채권최고액이 80%를 초과했다. 21억 원에 매매된 한 필지는 채권최고액이 19억5,600만 원에 달해, 실제 대출금은 15억 원으로 추정된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이강훈 변호사는 “채권최고액이 4억 원이 넘으면 매달 77만 원(대출금이 3억원 정도에 3% 이자를 적용했을 경우)의 대출이자가 발생하는데, 20억 원이 넘는 경우엔 이자 부담이 상당할 것”이라며 “농업을 통해 수익을 내려는 목적보다 농지 매매를 통한 시세차익이나 전용 목적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농지 소재지와 토지 소유자의 주소지가 멀리 떨어진 9건도 투기의심 사례로 분류됐다. 2019년 4월 과림동에 460㎡의 토지를 매입한 소유자는 경남 김해시에 주소지를 두고 있었다. 김해시는 이곳에서 400㎞ 떨어져 있어, 차량 이동시간만 4시간 넘게 걸린다. 외지인 중에는 충남 서산시와 서울 강남·송파·서초구에 주소지를 둔 경우도 여럿 있었다. 농지에서 한참 멀리 떨어진 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농사를 짓기 위해 이곳에 땅을 샀을 가능성은 낮다는 게 민변과 참여연대의 설명이다.
여러 명이 돈을 모아 토지를 공동소유한 사례도 37곳 필지 중 23건이나 됐다. 두 단체는 이 중 6건을 따로 꼽아 설명하면서 “일종의 ‘투자 클럽’을 만든 것으로 의심된다”며 “매매금액도 최대 22억5,000만 원에 달하는 등 차액 실현을 염두에 둔 투자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중 LH 직원들이 매입한 것으로 지목된 필지는 6개로 공동소유주만 7명에 달하는 경우도 있었다.
외국인이 공동 소유한 사례는 2건으로, 국적은 각각 중국과 캐나다였다. 이들 주소지는 국내였지만 과림동과는 거리가 먼 곳에 살고 있었다. 또 1990년대생 소유주가 10억 원이 넘는 대출을 받아 농지를 구입한 경우도 있었다. 민변은 “1990년대생이 최소 3명 이상 있었고, 이들이 상속이나 증여를 받거나 사회생활을 일찍 시작해 부를 쌓았을 수도 있지만, 대출금액 자체가 커서 이자를 납부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김주호 참여연대 사회경제1팀장은 “제보자 대다수는 지역에서 30~40년간 실제로 농사를 지으며 살았던 분들”이라면서 “외지인이 들어와 농지 가격을 올리고, 농사를 짓지 않고 폐기물을 쌓아놓는 행태에 분노를 느껴 제보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자체와 정부가 농민들 분노를 감안해 철저한 조사와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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