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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맞냐" 묻던 환자들, AZ 불안에 "버티다 다른 백신 맞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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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까지 보건소에 등록을 해야 하는데, 65세 이상 입원자 절반 정도가 백신 접종 동의를 안한 상태예요."
17일 전화로 연결된 서울 서초구의 한 요양병원장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그는 "한 달 전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져 걱정"이라고 말했다. 당장 다음 주부터 65세 이상 입소자에 대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시작해야 하는데 동의율이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한 달 전에 물었을 때만 해도 65세 이하 입원자와 종사자의 접종 동의율 모두 90%가 넘었고, 심지어는 퇴원을 늦추면 백신을 맞을 수 있냐고 묻는 사람도 있었다"며 "지금은 불안하다는 사람이 많아 독려까지는 못하고 접종 여부만 묻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되면 백신 접종 뒤에도 면회 재개나 방역 조치 완화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곳만 그런 게 아니다. 4월, 그러니까 2분기 접종 대상으로 선정된 이들도 비슷한 반응이다.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요양보호사 김경희(52)씨도 "요즘은 백신 접종 얘기에 덜컥 겁부터 난다"고 말했다. 노인 요양공동생활가정에서 근무하는 김씨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우리도 집단감염 위험이 큰데 1차 접종 대상에서 왜 빠졌냐'고 불만을 토로하던 사람들이 지금은 불안하다고들 말한다"고 전했다.
서울의 한 장애인시설 관계자도 "여기엔 비교적 젊은 직원들이 많은데, 이들도 '젊은 사람에게 부작용이 더 많다고 해서 걱정이다'라고 말하는 이들이 더 늘고 있다"며 "대책을 고민한다지만 딱히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
이는 유럽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논란 때문이다. 고령층에 효능이 있네, 없네 논란이 벌어지더니 이번엔 접종 후 혈전이 생긴 현상을 두고 백신 때문이네 아니네 논란이다. 유럽 국가들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잠정 중단하는 사태까지 일어나자, 우리나라에서도 접종 대기하고 있는 이들 사이에 불안감이 퍼지고 있는 것이다.
백신 기피 현상이 가장 도드라지는 곳은 아무래도 요양병원이나 시설에 있는 고령층들이다. 서울 구로구의 한 요양병원장은 "안 맞고 버티다 다른 백신 맞으면 되지 않냐고 묻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고 전했다. 종사자들도 마찬가지다. 전국요양서비스노조 관계자는 "코로나19 종식을 위해 백신 접종을 빨리 하자는 입장을 내려고도 했는데 지금은 '왜 우리가 먼저 맞아야 하냐'고 항의하는 보호사들도 많다"고 말했다.
동의율이 떨어지자 대한요양병원협회가 나서서 접종 신청 기간을 연장해달라고 요청까지 내놨다. 손덕현 요양병원협회장은 "고령층 접종의 경우 보호자 동의를 받아야 하는 경우도 많아서 시간이 좀 걸리는데다 불안 심리가 커져서 접종을 적극 권할 수도 없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대로 가다간 지난해 가을 독감 백신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정부가 신속 정확하게 이상증상과 대응법 등 관련 정보를 공개하고 적극적으로 접종이 더 이득이라 설득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는 괜찮다, 이상없다고만 말하지 말고, 이상반응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사망신고가 들어온 사례에 어떤 기저질환이 있었는지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접종 속도를 늦추더라도 국민적 신뢰를 쌓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손덕현 협회장은 "요양병원 1차 접종의 경우 접종을 1주일 안에 끝내는 바람에 발열 등 부작용을 겪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쏟아지기도 했다"며 "다음 주부터 시작되는 고령층 접종은 전체 기간을 2주 정도로 늘리는 게 바람직하다고 정부에 요구했다"고 말했다. 보건의료노조 관계자도 "백신 특성, 기관별 상황에 따라 접종 기간을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지침을 변경하고 접종 당일 최소 8시간, 이상반응이 있을 경우 최소 하루 이상의 유급휴가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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