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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 때 아이들 마스크 벗는데…" 접종대상에서 빠진 조리사들

입력
2021.03.1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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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학교방역 현장점검에 나선 정세균 국무총리가 서울 영등포구 영신초등학교 급식실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지난달 25일 학교방역 현장점검에 나선 정세균 국무총리가 서울 영등포구 영신초등학교 급식실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인천 A초등학교 교장은 최근 정부의 2분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접종 계획 발표를 듣고 깜짝 놀랐다. 4월부터 시작되는 교직원 우선 접종 대상에 급식 조리사, 영양교사가 빠져서다. A교장은 “조리사들께 아이들 건강을 위해서라도 백신을 꼭 맞아 달라고 신신당부해뒀는데 우선 접종 대상에서 빠져 황당했다"면서 "학부모들 불만이 크니 지금이라도 2분기 접종 대상자 명단에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17일 코로나19 2분기 백신접종 계획을 두고 학교 현장이 술렁대고 있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에는 되도록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자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등교수업 확대 방침이 나왔고, 정부는 교직원들도 2분기 우선 접종 대상에 포함시켰다. 그런데 이 명단에 급식 관련 인력은 다 빠졌다. 급식실은 학생과 교직원들이 유일하게 마스크를 벗는 장소라 학교 방역 취약지대 1순위로 꼽힌다.

강화된 방역 조치를 지키라고 지시하면서 정작 접종 대상자에서 제외된 급식실 인력들은 이런 정부 방침에 불만이다. 경기 B초등학교 영양교사는 “급식실 내 한 칸 띄어앉기, 취식 후 자리 소독 같은 한층 더 엄격해진 방역수칙을 지키느라 요즘은 점심시간만 2시간 10분 정도 걸린다”면서 “학교에서 학생, 교사들이 마스크를 벗고 있는 거의 유일한 시간대인데 급식실 사람들에 대한 백신 접종은 9월 이후로 미뤘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리사, 영양사들을 위해서만이 아니다. 학부모들 입장에서도 아이가 마스크를 벗는 동안 마주칠 조리사, 영양사들이 백신 접종을 먼저 끝내야 안심하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한정된 공간에 모여 음식을 만드는 급식 업무의 특성상 직원 간 ‘밀접 접촉’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고려되지 않았다. 모윤숙 전국여성노조 사무처장은 “지난해 경기지역에서 학교 내 접촉으로 조리사 간 코로나19 감염이 발생한 적 있다”면서 “노조가 종사자 안전대책 등을 요구했지만, 임금협상 의제가 아니라는 이유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말 백신 접종순위를 논의할 무렵부터 수차례 방역당국에 교직원 우선 접종을 요청했다. 전체 교직원 규모가 수십만 명에 이르는 만큼 교직원 중에서도 시급한 직군들을 뽑아 먼저 접종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에 따라 보건교사 및 특수학교 교직원(4월 첫째 주), 유치원?어린이집?초등 1~2학년 교사와 돌봄인력(6월) 정도가 2분기 접종 대상에 포함됐다. 교육부 관계자는 “백신 물량이 한정돼 있어 모든 교직원이 2분기에 접종하는 건 불가능한 상황에서 방역당국이 우선 순위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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