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고양덕은' 지구 개발도 엉망이었다…입찰업체 점수까지 주무른 사업단장

입력
2021.03.17 04:3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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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내부감사 결과 드러나
당시 단장, 혼자 사업지침서 만들고 지키지도 않아
동료 직원 대신 사적 친분 교수를 사업 진행에 동원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과 관련한 국토교통부와 LH 직원 토지거래 조사 결과를 발표한 11일 오후 경남 진주시 LH 본사 앞을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과 관련한 국토교통부와 LH 직원 토지거래 조사 결과를 발표한 11일 오후 경남 진주시 LH 본사 앞을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경기 '고양덕은' 도시개발사업 과정에서 사업 추진을 총괄한 직원이 '셀프 지침서'를 만들고 멋대로 입찰업체들의 점수까지 평가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16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에 공개된 LH 내부감사 결과에 따르면, 고양덕은 도시개발사업 담당 본부에서 근무하던 단장 A씨는 사업공모 준비부터 응모업체 평가 단계까지 수차례 규정을 어겨 해임 권고를 받았다. A씨가 단장을 맡은 사업단은 2016년 당시 고양덕은 지구에 복합 미디어밸리 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A 단장은 업체 공모가 본격 시작되기 전인 2015년부터 단원들과의 협의 없이 개인적 친분이 있는 외부 교수 두 명과 논의해 사업제안공모 지침서(지침서)를 만들었다. 교수 중 한 명은 A씨의 박사과정 지도교수였다. 두 교수는 이후 현장설명회에서도 단원들 대신 참석해 업체 질의에 답했다. LH 감사실은 A씨의 이 같은 행위가 '평가 내용이나 응모작품 작성 방법 등의 내부 정보가 유출될 수 있는 개연성을 야기했다'고 봤다.

A 단장은 이렇게 만든 셀프 지침서마저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응모신청 접수 단계 때 A씨는 지침서 규정과 달리 접수 마감 시각을 임의로 40분 연장하고, 이미 제출한 업체 세 곳의 제안서를 현장에서 수정하도록 배려했다.

업체평가 단계에서도 A씨는 막무가내였다. 지침서는 기준점수 이상 업체만 가격평가 대상자로 규정했지만, A 단장은 독자적으로 밀봉된 입찰서를 개봉하고 가격평가를 한 뒤 보안 처리 없이 개인 캐비닛에 보관했다.

심지어 명확한 감점 기준이 없는 사항에도 A 단장은 지침서를 임의로 해석해 업체들에 일방적으로 감점을 통보했다. 감사실은 A씨에게 해임권고를 내리며 "공정성과 투명성을 훼손하고 공사의 신뢰도를 하락시켰다"고 판단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사례를 두고, LH의 공공개발 사업 자질 미달을 방증한다고 지적했다. 유현준 홍익대 교수는 "LH 공모사업 심사위원회에 LH직원들이 꼭 껴있기 때문에 LH 출신이 없는 출품업체는 붙기 어려운 게 공공연한 사실일 정도"라고 꼬집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경쟁 상대 없는 공공기관에서 비효율과 부조리는 태생적인 것"이라며 "(내부적 혁신보다는) 궁극적으로는 공공 단독의 주택공급보다 민간 등의 참여를 촉진해 문제를 해결하는 게 시장 원리에 맞다"고 제안했다.

이런 감사결과에 대해 LH 측은 "감사 후 고양덕은 사업은 본사가 맡아 공정하게 진행했다"면서도 A씨 처분에 대해선 "인사위원회에서 A씨가 표창을 받은 사실이 감안돼 해임에서 강등으로 징계 수위가 내려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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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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