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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공약인데... 여당에서도 비판받는 바이든표 '이민정책'

입력
2021.03.16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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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 느는데 수용시설 정원은 그대로
미성년 '나 홀로 이민' 폭증은 위험 수위

14일 리오그란데 강을 건너 미국 텍사스주 페니타스로 넘어온 중남미 이민자 어린이들이 자동차 트렁크에서 비를 피하고 있다. 페니타스=로이터 연합뉴스

14일 리오그란데 강을 건너 미국 텍사스주 페니타스로 넘어온 중남미 이민자 어린이들이 자동차 트렁크에서 비를 피하고 있다. 페니타스=로이터 연합뉴스

‘이민 정책’은 반(反)트럼프를 표방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에서도 최대 역점 과제다. 단적으로 1월 20일 취임과 동시에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 17개 가운데 6건이 이민정책과 연결된다. 새 행정부는 같은 날 불법 이민자 1,100만명에게 미 시민권 획득 기회를 주는, 이민법 개편안도 내놨다.

장밋빛 정책은 기대를 낳는 법. 바이든 행정부의 온건한 이민 정책에 자극 받아 미 국경을 넘는 중남미 이민자 수는 이후 급격히 늘었다. 지난달에만 미국에 밀입국한 불법 이민자가 10만명에 달한다.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당시 넉 달 동안 유입된 이민자 수를 합친 것보다 많다. 이 달에도 하루 4,000명씩 국경 문을 노크해 중남미 이민 행렬은 당분간 꺾일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준비 안된 이민 정책은 벌써부터 심각한 후유증을 낳고 있다. 안보 위기를 이유로 일찌감치 이민 문호 확대에 반대한 공화당은 물론, 여당 민주당 안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커지는 중이다. 일단 공화당은 국경 안보 약화에 더해 이민자들로 인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한다.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15일(현지시간) 멕시코와 국경을 맞댄 텍사스주(州) 엘파소를 둘러본 뒤 “현 상황은 말 그대로 바이든이 만든 국경 위기”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민주당의 비판은 다소 결이 다르다. 밀려드는 이민자들을 수용할 공간 마련도 없이 연방정부가 덜컥 정책부터 발표한 바람에 시설 환경만 나빠졌다는 것이다. 가령 텍사스주 리오그란데 밸리의 한 시설은 수용률이 무려 363%나 된다. 시설은 대형 텐트에 이층침대가 빽빽하게 들어선 형태인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뒤 이민자가 폭증해 바닥에서 잠을 자거나 며칠 동안 씻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한다.

특히 아동ㆍ청소년 수용 문제가 심각하다. 미 의회전문매체 더힐은 현재 미성년 밀입국자 수가 4,200명으로, 지난달 22일(800명)과 비교해 5배 증가했다고 전했다. 이민법 개정안에 미성년자의 영주권 및 시민권 취득을 쉽게 하는 내용이 들어 있어 ‘나홀로 이민’이 급증한 탓이다. 개정안은 ‘미등록 이주자 청년 추방 유예(DACAㆍ다카)’ 제도 대상자에게 즉시 영주권을 부여하고, 3년이 지나면 시민권 신청도 허용했다. 성년이 되기 전 미국에 들어오기만 하면 시민권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혼자 월경을 감행하고 있는 것이다.

미성년 이민자가 너무 많아져 관련법을 지키기도 어려운 처지다. 현행법 상 미성년자는 수용시설에 머무른 지 72시간이 지나면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으로 이동해야 한다. 아동 건강권을 보호하려는 목적이다. 하지만 이들을 수용할 산하 기관은 턱없이 부족해 수용시설에 평균 117시간 가량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는 이날 10대 이민자 3,000명을 댈러스 시내 컨벤션센터로 옮기겠다는 대안을 내놨지만, 미봉책일 뿐이다.

이민 정책 난맥상을 해결할 첫 시험대는 이번 주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하원이 진행할 2건의 이민 관련 법안 표결 결과다. 법안에는 자연재해나 분쟁으로 미국에 왔거나, 180일 이상 농업에 종사한 불법이민자에게 시민권을 주는 내용이 담겼다. 미 ABC방송은 “바이든표 이민 정책이 잘 굴러갈 수 있을지 여부가 첫 표결에 달려 있다”고 전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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