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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도쿄올림픽 기회를 살려야 한다

입력
2021.03.17 00:00
26면

일본, 7월 도쿄올림픽 개최 강행키로
무관중 반쪽 개최 불가피하지만
동북아 평화 모멘텀으로 불씨 살려야


일본 도쿄 오다이바 해변공원에 설치돼 있는 올림픽을 상징하는 오륜 마크. 연합뉴스

일본 도쿄 오다이바 해변공원에 설치돼 있는 올림픽을 상징하는 오륜 마크. 연합뉴스


일본 정부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올림픽을 예정대로 올 7월 도쿄에서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코로나19로 1년 연기되었음에도 취소와 재연기설이 끊이지 않던 터라 개최강행 소식은 다소 의외다. 세계적으로 백신 투여가 본격화되고 있지만 지구촌의 코로나 감염 상황은 여전히 녹녹치 않다. 일본은 하루 평균 확진자 수가 1,000명을 상회하고 수도권의 긴급사태선언도 해제되지 않았다. 도쿄올림픽은 무관중 경기 혹은 제한된 관중만을 허용하는 반쪽짜리로 치러질 공산이 크다.

일본은 올림픽 개최를 원전사고, 경제 장기침체 등을 떨쳐내고 활력과 희망의 미래를 기약하는 이벤트로 삼고자 노력해왔다. 1940년 개최예정이었던 도쿄올림픽은 중일전쟁으로 취소되었다. 1964년 올림픽은 패전 후 잿더미 상황에서 전후부흥과 경제대국으로 도약하는 일본의 모습을 각인시키는 계기로 활용했다. 아베 전 총리가 올림픽 유치에 엄청난 공을 들이고 큰 기대를 걸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스가 총리에게 도쿄올림픽 개최는 큰 정치적 자산이자 잠정정권을 넘어 본격 정권으로 발돋움하는 절호의 기회이다. 올림픽이 취소되었다면 스가 정부는 총사직 압력에 직면했을 것이다. 취임후 70%를 상회하는 지지율을 보였던 스가 내각은 방역과 경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고 했지만, 뚜렷한 성과 없이 비리의혹 등으로 지지율이 바닥 신세가 되었다. 3월 들어 백신 접종으로 방역에 탄력이 붙고 올림픽 개최가 확정되는 한편, 바이든 대통령과의 1호 정상회담이 발표되면서 지지율이 반등세로 돌아서고 있다.

한일관계는 여전히 극히 냉랭한 상태다. 강창일 주일대사는 도쿄 부임한 지 두 달이 되도록 외무상과 면담도 못하고, 아이보시 신임 주한 일본대사 역시 외교장관과의 만남조차 없다. 징용, 위안부 문제로 인한 양국의 감정충돌은 확산일로이다. 일본은 팔짱을 끼고 한국에게 숙제를 내라고 야단치고 있는 양상이다. 마치 피해자-가해자 관계가 역전된 것과 같은 모습이라 기가 막힐 뿐이다.

올림픽 개최는 스포츠 제전을 통해 평화를 이룩한다는 인류사적 의미도 크지만, 국제정치의 맥락에서도 중대한 함의를 갖는다. 2018년부터 평창-도쿄-북경으로 이어지는 올림픽 개최 레이스는 한반도-동북아의 갈등을 협력으로 이끄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2018년 평창올림픽은 무력충돌 직전까지 치달았던 한반도를 대화와 협력의 분위기로 전환시켰고 얼음장 같았던 한일관계에도 불구하고 아베 총리의 방한이 성사되는 무대가 되었다.

동맹 강화와 우방 간 결속을 강조하는 바이든 정부가 출범한 후, 한일 양국은 한미일 협력체제의 재건과 가동의 압력을 강하게 받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한일관계의 개선이야말로 인도·태평양 전략구상과 대북한 정책의 든든한 바탕으로 간주한다. 이번 주에는 블링컨 국무장관과 오스틴 국방장관이 첫 순방지로 일본과 한국을 방문하여 외교+국방(2+2) 회의를 연쇄적으로 개최한다. 미 국무부는 “어떤 관계도 일본과 한국 간 관계보다 더 중요하진 않다”고 일갈했다.

문 대통령은 삼일절 기념사에서 "한국은 도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협력할 것"이라며 "도쿄올림픽은 한일 간, 남북 간, 북일 간 그리고 북미 간 대화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하며 큰 기대를 표명했다. 우리도 참여하는 이웃 나라의 큰 축제를 축하하고 응원하며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이는 궁극적으로 상호이익과 호혜 정신에도 부합하는 일이다. 한일 양국은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갈등과 대립을 극복하고 화해와 협력이 촉진되도록 한층 노력해주길 바란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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