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가 '독' 됐나...거칠어진 '오세훈-안철수' 단일화 기싸움

입력
2021.03.15 20:3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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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오른쪽)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가 15일 서울 영등포 더플러스 스튜디오에서 단일화 비전발표회를 준비하며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오세훈(오른쪽)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가 15일 서울 영등포 더플러스 스튜디오에서 단일화 비전발표회를 준비하며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4ㆍ7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단일화를 위한 협상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간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 사건 여파로 오 후보나 안 후보 모두 최근 지지율 조사에서 상승세를 타자, 조금이라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밀당'을 하는 모습이다. 두 후보가 단일화 협상 데드라인으로 정한 19일(보선 후보 등록 마감일)을 넘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LH 논란’에 야권 승리 가능성 높아지자 후보 간 비방전 격화

그간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였던 두 후보는 15일 정면으로 충돌했다. 두 후보 모두 "내가 단일 후보가 돼야 한다"며 잔뜩 날을 세우고 상대방에 대한 비방에 열을 올린 것이다. 안 후보는 이날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오 후보를 향해 “야권이 힘들 때 어디 계셨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는 분”이라고 각을 세웠다. 안 후보는 그러면서 "요즘 LH 사태 덕분에 지지율이 좀 올라간다 싶으니 3자 구도로 가겠다는 밑자락을 까는 것이냐”고 좀 더 노골적으로 오 후보를 비난했다.

오 후보도 가만있지 않았다. 그는 이날 “안 후보가 시장이 되고, 거기에 (윤석열 전 총장 등) 당 외곽의 다른 유력주자들이 결합하는 형태가 되면, 야권은 100% 분열된다”며 안 후보 '불가론'을 들고 나왔다. 전날 안 후보는 윤 전 총장을 거론하며 야권 재편 필요성을 강조했는데 이를 겨냥한 것이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토론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사람은 서울시장 후보가 될 수 없다”고 안 후보 공격에 가세했다. 이 소식을 접한 안 후보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정말 모욕적인 발언"이라고 맞대응하자, 양당 안팎에서는 한때 협상이 파국으로 흐르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흘러나왔다.

협상 막바지에 이르러 두 후보가 험악한 분위기를 보이는 것은 최근 여론조사 지지율과 관련 있다. LH 투기 의혹에 대한 성난 민심이 여당보다 야당쪽에 기울고 있는 조사 결과가 이어지고 있다. 오 후보나 안 후보 모두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와 붙는 양자대결에서 경쟁력 있는 결과가 나오면서 조금이라도 유리한 단일화 방안을 끌어내고자 한다는 얘기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이날 "일부 여론조사에서 서울시장 여야 후보 간 3자 대결에서도 야당 후보가 밀리지 않는다는 조사까지 나오면서 단일화 경쟁을 더 치열하게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양측 일단 화해했지만... 여론조사 문항이 단일화의 최종 쟁점

이날 협상을 재개한 실무협상단은 일단 16일 TV토론회를 진행하고, 17~18일 진행될 여론조사를 위한 업체 2곳을 선정하겠다는 데 합의했다. 하지만 최대 쟁점인 여론조사 문항에 대해선 여전히 접점을 찾지 못했다. 100% 휴대전화 여론조사로 진행된다는 데는 의견을 모았지만, 오 후보 측에서는 여론조사 문항에 소속 정당과 기호를 함께 제시해 ‘후보 적합도’를 묻는 방식을 주장하고 있고, 안 후보 측에선 경쟁력 질문에 더 방점을 둬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김종인 위원장도 이날 “(두 후보 모두) 자기 당의 기호와 당 이름을 내고 (경쟁)하는 후보지, 자연인 후보가 아니다”라며 적합도 방식을 재차 강조했다.

신경전과 단일화 연기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두 후보는 모두 “19일 단일화는 반드시 진행된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진행된 단일화 비전발표회에서 오 후보는 안 후보에게 “표현이 너무 직설적이었던 것 같다”고 화해의 손을 내밀었다. 그러면서 “단일화 실패는 제 사전에 없다. 19일 단일화 약속을 반드시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후보도 “절대로 (단일화 실패로) 3자 대결 가서는 안 된다”고 공감대를 형성했다. 다만 양 후보 측이 쟁점을 좁히지 못해 19일까지 단일화 합의에 실패할 경우, 투표용지가 인쇄되는 29일까지 데드라인을 미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현빈 기자
박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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