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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보건장관 4번째 교체에도... "대통령부터 바꿔야" 왜?

입력
2021.03.16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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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주에만 1만명 이상 희생돼
포화된 중환자실, 의료체계 붕괴 직전
"코로나 경시 보우소나루 대통령 문제"

14일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 지지자들이 코로나19 규제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상파울루=EPA 연합뉴스

14일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 지지자들이 코로나19 규제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상파울루=EPA 연합뉴스

브라질이 미국을 넘어 세계 최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국으로 떠올랐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시작 후 벌써 4번째 보건장관이 임명됐으나 백약이 무효한 상황이다. 코로나19를 독감 정도로 치부하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보건정책을 좌우하는 탓이다. 새 장관이 대통령에 맞서 거의 매일 최다 사망자 수를 경신하는 확산세를 잠재우고, 미미한 백신 접종률을 끌어올릴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마르셀루 케이로 브라질심장병학회 회장을 신임 보건장관으로 임명했다. 초대 장관인 루이스 엔히키 만데타와 후임 네우손 타이시가 코로나19 대응 방식을 두고 대통령과 갈등을 빚다 교체된 후 10개월 넘게 비전문가인 군 출신 에두아르두 파주엘루가 장관직을 수행해왔다. 하지만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코로나19의 심각성을 줄곧 무시하는 통에 적임자를 찾기 어려웠다. 그는 최근에도 “백신을 맞으면 악어가 된다”는 상식 이하의 발언을 했다.

현재 브라질의 코로나19 상황은 세계 최악이다. 이날 세계보건기구(WHO)가 내놓은 통계를 보면, 지난 일주일간 브라질 코로나19 사망자 수는 1만2,300여명으로 누적 사망 최다인 미국을 훨씬 웃돈다. 신규 확진자 수(49만4,000여명)도 지구촌 전체의 30%를 차지한다. 중환자실 포화로 의료체계가 붕괴 직전인 영향이 컸다. 미 CNN방송은 “브라질 21개 지역 중환자실 병상이 80%까지 찼고, 그 중에서도 14곳은 점유율이 90%를 넘었다”고 전했다. 한 브라질 의료연구기관은 “지난달까지 보고된 사망자 3명 중 1명(7만2,264명)은 입원 상태에서 중환자실 치료를 기다리다 숨졌다”고 밝히기도 했다. 병상 부족 사태가 해소되지 않으면 희생자가 늘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최선의 방역책인 백신 접종도 더디다. 지금까지 브라질 인구 1.4%만 백신을 맞았다.

이처럼 지도자의 무지한 보건 의식과 열악한 보건환경을 감안할 때 아무리 유능한 장관을 임명해도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이 지배적이다. 브라질의 한 저명 정치 칼럼니스트는 이날 “코로나19 사망자 급증을 피할 유일한 방법은 보우소나루를 대통령직에서 끌어내리는 것”이라고 직격했다. 호세 고메즈 템포라우 전 보건장관도 “문제는 장관이 아니라 대통령”이라며 “대통령은 경제와 공중보건에 관한 잘못된 이분법과 비과학적 인식을 당장 바꿔야 한다”고 꼬집었다.

진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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