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공장 불타자 총 난사, 계엄 선포한 미얀마 군부... "군경 방화?"

입력
2021.03.15 18:15
수정
2021.03.15 22:36
14면

33명 사망한 양곤 2개 지역 계엄령 발동?
인터넷 차단 정황… 전국 확대 초읽기?
반중 정서 악용한 군부의 고의 방화에 무게
韓기업 피해 없어, "공장에 태극기 내걸어"

14일 저녁 양곤 흘라잉타야에 위치한 중국 공장에 원인 미상의 화재가 발생했다. SNS 캡처

14일 저녁 양곤 흘라잉타야에 위치한 중국 공장에 원인 미상의 화재가 발생했다. SNS 캡처

미얀마 군부가 결국 계엄령을 선포했다. 진압 과정에서 중국 공장이 불타자 총을 난사해 최소 30명을 살해한 뒤 내린 조치다. 시민들의 반중(反中) 정서를 악용해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군부의 고의 방화라는 설에 무게가 실린다. 미얀마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15일 이라와디 등 현지매체와 미얀마 한인사회에 따르면 전날 오후 최대 도시 양곤 흘라잉타야에 위치한 중국 의류공장에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했다. 누구의 소행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군경은 화재 직후 공장 인근 시위대에 실탄을 난사했다. 최소 30명이 현장에서 즉사했다. 단일 시위 현장 인명 피해로는 지난달 1일 쿠데타 이후 최다 규모다. 현지 시민불복종운동(CDM)본부는 전날 양곤 다른 지역에서도 군의 총격으로 30여명이 더 목숨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급기야 군부는 전날 밤 11시쯤 국영방송을 통해 흘라잉타야 등에 계엄령을 전격 선포했다. 군부가 쿠데타 직후 야간 통행금지 등을 담은 '제한조치 144조'를 발동한 적은 있지만 계엄령을 발동한 건 처음이다. 비슷한 시각 주미얀마 중국 대사관은 자국민 보호를 앞세워 "(시위대의) 폭력 행위에 효과적인 조처를 하고 가해자를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중국 측은 이날도 "미얀마 내 중국계 공장 32곳이 전날 의문의 세력에 공격을 받아 420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4일 미얀마 양곤에서 군경의 실탄 사격에 부상을 당한 시민을 동료들이 후송하고 있다. SNS 캡처

14일 미얀마 양곤에서 군경의 실탄 사격에 부상을 당한 시민을 동료들이 후송하고 있다. SNS 캡처

시민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중국 공장 화재는 시민에 의한 게 아니라 폭력배를 동원해 계엄령 명분을 쌓으려는 군부의 고의 방화라는 것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군경이 화염병을 공장 방향으로 던졌다"는 시민 주장을 입증하는 사진이 속속 올라왔다. 일각에선 방패와 물병이 전부였던 희생자들 사진을 올리며 "쇠파이프와 도끼를 든 오토바이 운전자들이 공장을 습격해 불을 질렀다"는 중국 측 주장을 반박했다.

군부는 해명 대신 이날 저녁 양곤의 북오칼라파 등 4개 지역에 대해 추가 계엄령을 선포했다. 전국 각지에선 모바일 인터넷 서비스가 되지 않는 등 군의 계엄령 확대 작업 정황도 포착됐다. 계엄령의 공포에도 시민들은 대오를 유지했다. 오히려 중국 대사관 페이스북 계정을 찾아 3만여개의 항의성 글을 올리며 물러서지 않을 것을 분명히 했다. 반군 시위도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달레이 등에서 최소 6명의 시민이 또다시 군의 총탄에 목숨을 잃었다.

15일 미얀마 시민들이 SNS를 통해 "14일 군경이 양곤 중국공장에 방화를 했다"고 주장하며 제시한 화염병 투척 사진들. SNS 캡처

15일 미얀마 시민들이 SNS를 통해 "14일 군경이 양곤 중국공장에 방화를 했다"고 주장하며 제시한 화염병 투척 사진들. SNS 캡처

한국 현지 기업과 교민 피해는 아직 없다. 미얀마한인상공인연합회(KOCHAMㆍ코참) 관계자는 이날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화재가 난 흘라잉타야에 한국 봉제공장이 30여개가 자리잡고 있지만 직접적인 피해가 신고되거나 확인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한인회는 현지인들이 한국 봉제공장을 중국 소유로 착각하는 것을 막기 위해 태극기 50여개를 나눠주고 공장에 걸게 했다. "군부가 아닌 시민과 뜻을 함께 하는 한국의 공간임을 알리기 위한" 취지다.

주미얀마 한국대사관은 긴급 공지를 통해 "일부 교민이 통행금지 시간에 임박해 귀가하다 곤경에 처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며 "특정국 국민(중국인)으로 오인 받지 않도록 시위 현장에는 가급적 접근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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