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정 한국 배우 최초 오스카 후보... '미나리'는 6개 부문 후보 올라

입력
2021.03.15 22:30
수정
2021.03.16 10:35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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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정 여우조연상 수상 한발 더 가까이

영화 '미나리'는 올해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6개 부문 후보에 오르며 수상에 성큼 다가갔다. 판씨네마 제공

영화 '미나리'는 올해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6개 부문 후보에 오르며 수상에 성큼 다가갔다. 판씨네마 제공

영화 ‘미나리’의 배우 윤여정(74)이 한국 배우 최초로 오스카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재미동포 스티븐 연(38)은 한국계로는 남우주연상 후보에 처음 지명됐다. 재미동포 2세 정이삭(43) 감독이 연출한 ‘미나리’는 작품상과 감독상 등 6개 부문 후보에 오르며 지난해 ‘기생충’의 오스카 4관왕 위업 재연에 나섰다.

15일 오전(현지시간)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의 발표에 따르면 윤여정은 영화 ‘미나리’ 연기로 제93회 미국아카데미영화상 여우조연상 후보, 스티븐 연은 남우주연상 후보 5인에 각기 포함됐다.

한국 배우가 오스카 연기상 후보가 된 것은 윤여정이 사상 최초다. 지난해 오스카 92년 역사 최초로 비(非)영어 영화로 작품상 트로피를 거머쥔 ‘기생충’의 출연 배우들조차 연기상 후보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미나리’는 미국 아칸소주에 정착하려는 한국인 가족의 사연을 다뤘다. 윤여정은 딸 가족을 돕기 위해 한국에서 미국으로 건너 온 할머니 순자를 연기했다. 스티븐 연은 아메리칸 드림을 좇아 미국에서 농장을 경영하려는 인물로 순자의 사위인 제이콥 역을 맡았다.

아시아계 배우의 오스카 수상은 드물다. 남우주연상은 3차례 후보에 올라 1956년 ‘왕과 나’의 율 브리너(몽골계 러시아인), 1982년 ‘간디’의 벤 킹슬리(인도계 영국인)가 트로피를 안았다. 여우조연상 후보는 5차례 올랐으나 단 한 차례 수상했다. 1957년 ‘사요나라’의 일본계 미국 배우 우메키 미요시(1929~2007)가 그 주인공이다. 윤여정이 다음 달 25일 열릴 시상식에서 수상하면 64년 만에 아시아계 여배우가 오스카 연기상 트로피를 가져가게 된다. 스티븐 연이 상을 받으면 아시아계 남자배우로선 39년 만이 된다. 스티븐 연은 아시아계 미국인으로는 첫 오스카 남우주연상 후보가 되는 역사를 이미 썼다. 윤여정은 마리아 바칼로바(보랏2)와 글렌 클로즈(힐빌리의 노래), 어맨다 사이프리드(맹크), 올리비아 콜먼(더 파더)과 트로피를 두고 다툰다. 스티븐 연은 고 채드윅 보즈먼(1976~2020·마 레이니, 그녀는 블루스), 앤서니 홉킨스(더 파더), 게리 올드먼(맹크), 리즈 아미드(사운드 오브 메탈)와 경쟁한다.

영화 '미나리'의 배우 윤여정. 판씨네마 제공

영화 '미나리'의 배우 윤여정. 판씨네마 제공

윤여정의 후보 지명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 로스앤젤레스영화평론가협회상 여우조연상 등 ‘미나리’로 북미에서만 연기상 30관왕에 올라 유력한 후보로 거론돼 왔다. 지난달 28일 열린 제78회 골든글로브상 시상식에선 후보에 오르지 못해 미국 내에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지난달 3일 후보 발표 직후 미 연예전문 매체 엔터테인먼트가 “여우조연상 부문에서 가장 유력한 수상 후보였던 윤여정은 (영화 ‘모리타니안’의) 조디 포스터를 깜짝 지명하기 위해 명단에서 빠졌다”고 표현할 정도로 비판이 거셌다. 윤여정은 ‘오스카 바로미터’로 꼽히는 미국배우조합(SAG)상과 영국 아카데미영화(BAFTA)상 여우조연상 후보에도 각기 올라 있다. 스티븐 연은 윤여정보다 기대가 크지 않았다. 그는 SAG상 남우주연상 후보이기도 하다.

영화 '미나리'의 스티븐 연. 판씨네마 제공

영화 '미나리'의 스티븐 연. 판씨네마 제공

‘미나리’는 남우주연상과 여우조연상 외에도 오스카 최고 영예인 작품상을 포함해 감독상, 각본상(정이삭), 음악상(에밀리 모세리) 후보에도 이름을 올렸다. ‘미나리’는 작품상과 감독상, 남우주연상 등 10개 부문 후보에 오른 '맹크'(감독 데이비드 핀처) 등과 주요 부문 트로피를 다툰다.

‘미나리’의 6개 부문 후보 지명은 지난해 ‘기생충’의 6개 부문(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 미술상, 편집상) 후보 지명과 비교할 만한 성과다. ‘미나리’는 할리우드 스타 브래드 피트가 설립한 영화사 플랜B가 제작하고, 미국 영화사 A24가 배급한 미국 영화지만 한국적 색채가 짙다. 한국 배우 한예리와 재미동포 아역배우 앨런 김과 노엘 조도 출연했다. 한국어 대사가 50%를 넘어 골든글로브상 규정에 따라 외국어영화로 분류돼 인종차별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미나리’는 지난해 ‘기생충’에 이어 골든글로브상 최우수외국어영화상을 받았다.

한편 재미동포 에릭 오(37) 감독의 '오페라'는 단편애니메이션 부문 후보에 올랐다. 2005년 호주동포 박세종 감독의 '버스데이' 이후 한국계로는 두 번째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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