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가 정국을 장악하며 정치권이 치열한 공방에 빠졌다. 하지만 공직자 부패를 근절할 방안을 모색하기보다 문재인 대통령 사저, 수사 주체 등을 놓고 상대 흠집내기에만 급급한 양상이다. 국회·지방의회 의원 전수조사 등 할 수 있는 일은 하지 않으면서 정쟁에만 이용하는 모습이 국민의 분노를 배가시킨다.
대통령 사저 논란은 12일 문 대통령이 페이스북에 “좀스럽고 민망한 일”이라고 대응함으로써 일을 키웠다. 국민의힘이 농지 구매와 형질변경을 물고 늘어지자 문 대통령이 적법한 절차에 따랐음을 해명한 것인데, 어쨌건 사유재산이 될 부지를 싸게 샀다는 문제가 있는 만큼 국민 감정을 헤아리지 못한 부적절한 해명이다. 이어진 여야 공방은 더 한심하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최고위원은 “11년 경력의 영농인 대통령님”이라고 비꼬았고 윤영석 의원은 “감정조절 장애”라는 거친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이 전 최고위원을 ‘이준석군’으로 부르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청와대 국민청원 등 LH 투기 수사를 검찰로 넘기라는 야권의 요구도 정쟁 성격이 다분하다. 경찰이 수사 결과를 내기도 전에 무조건 검찰로 넘기라는 것은 검찰개혁 전반을 흔들려는 의도로 보인다.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의 특검 제안도 무의미한 공방만 주고받다 지나갔다. 누가 수사할지를 놓고 싸우는 것이 수사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정치권이 투기 근절의 의지를 보이려면 국회·지방의회 의원 전수조사부터 해야 할 것이다. 여야가 ‘전원 조사’ ‘여권 의원 먼저 조사’로 맞서다 유야무야 없던 일로 넘어가는 상황이니 이들의 진정성을 어떻게 믿겠는가. 쓸데없는 정쟁을 벌일 시간에 공직자의 부당한 투기 이득을 막을 대책에 전념해야 한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4일 “대통령과 국민 사이에 거대한 골짜기가 있다"고 했는데 민심을 못 읽고 냉소를 부르기로는 여야가 뒤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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