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성, 송중기도... 눈물겨운 코로나 '합성 별곡'

입력
2021.03.15 04:30
수정
2021.03.18 15:06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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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 장기화... '따로 또 같이' 합성으로 제작 돌파구
'2021년 출격 18명 스타'... 넷플릭스, 단체 사진도 합성
'잔혹 송중기'... tvN '빈센조' 15분여 이탈리아 장면도
극소수 인원만 현지 특파, 그 영상에 크로마키 합성

이정재, 박해수,이준, 정우성, 배두나, 박정민, 유아인... 넷플릭스가 올해 공개할 콘텐츠를 발표하는 '시 왓츠 넥스트 코리아' 행사에 배우와 제작진 18명이 모였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한 명씩 촬영한 뒤 사진을 합성했다. 넷플릭스 제공

이정재, 박해수,이준, 정우성, 배두나, 박정민, 유아인... 넷플릭스가 올해 공개할 콘텐츠를 발표하는 '시 왓츠 넥스트 코리아' 행사에 배우와 제작진 18명이 모였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한 명씩 촬영한 뒤 사진을 합성했다. 넷플릭스 제공


최근 온라인상에 화제가 된 '단체 사진'이 있다. 이정재 정우성 배두나를 비롯해 연상호 감독, 김은희 작가 등 유명 배우와 제작진 18명이 함께 찍은 사진이다. 영화 시상식에서나 볼 법한 스타들이 한자리에 모여 관심을 샀다. 이들은 모두 넷플릭스가 지난달 25일 온라인으로 진행한 '시 왓츠 넥스트 코리아 2021' 행사에 참여한 스타들. 유아인이 선배인 김현주의 왼쪽 팔에 살짝 기대앉은 듯한 모습이 정겹다. 두 배우는 연 감독의 신작 '지옥'에서 연기 호흡을 맞춘 사이다.


팬데믹에 18명 단체 사진 '속사정'

팬데믹에 20여 명이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한곳에 모여 사진을 찍는 게 위험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올 법도 하지만 여기엔 비밀이 숨어 있다.

14일 넷플릭스 관계자에 따르면 이 사진은 '합성'이다. 한 명씩 따로 사진을 찍은 뒤 한자리에 있는 것처럼 18명 사진을 편집 프로그램으로 이어 붙였다. 행사 당일 모두 현장에 나와 한번에 손쉽게 촬영을 끝낼 수 있었지만,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육지책을 낸 것이다. 영화나 드라마 포스터 사진도 아니고 행사 현장 사진을 합성해 내보내기는 이례적이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집단 촬영의 제약이 커지자 대중문화계가 합성으로 돌파구 찾기에 나섰다. 컴퓨터그래픽(CG)과 시각특수효과(VFX) 등 합성 기술을 총동원해 해외 로케이션과 단체 촬영 공백 등을 메꾸려고 안간힘을 쏟고 있다. 단체 이동과 촬영을 최소화하면서 '따로 또 같이' 연출로 제작을 이어가려는 몸부림이다. 리얼리티를 해친다는 이유로 꺼려졌던 제작 방식은 팬데믹 시대의 새 '방역 무기'로 떠오르면서 되레 주목받는 분위기다.


tvN '빈센조'에서 이탈리아 마피아 조직의 고문변호사인 빈센조(송중기)가 보스의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하고 있다. tvN 방송 캡처

tvN '빈센조'에서 이탈리아 마피아 조직의 고문변호사인 빈센조(송중기)가 보스의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하고 있다. tvN 방송 캡처


배우 송중기가 크로마키 세트에서 극중 보스 장례식장 조문 장면을 찍고 있다. 이탈리아에서 찍어 온 성당 영상에 한국에서 찍은 송중기 장면을 덧입혀 방영됐다. tvN 제공

배우 송중기가 크로마키 세트에서 극중 보스 장례식장 조문 장면을 찍고 있다. 이탈리아에서 찍어 온 성당 영상에 한국에서 찍은 송중기 장면을 덧입혀 방영됐다. tvN 제공


'잔혹 송중기' 이탈리아 장면 15분도 VFX로

송중기 주연의 tvN 드라마 '빈센조'도 합성으로 제작 위기를 간신히 넘겼다. 극 중 송중기가 맡은 역은 이탈리아 마피아의 고문변호사. 드라마 전개상 이탈리아 해외 촬영이 꼭 필요한데, 현지 코로나19 상황이 나빠 배우와 제작진 수십 명이 현지로 이동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방송을 앞두고 무작정 손 놓고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는 상황, 결국 '극소수 특파 작전'이 이뤄졌다.

'빈센조' 제작사인 로고스필름 관계자는 "빈센조의 냉혹한 면을 보여주기 위해 이탈리아 배경이 꼭 필요했다"며 "지난해 겨울, 촬영 스태프 단 세 명만 이탈리아로 떠나 각자 현지에서 필요한 영상을 찍어온 뒤 VFX로 송중기 등 배우의 모습을 덧입혔다"고 말했다.

송중기는 지난달 20일 방송된 1회에서 보스를 죽인 다른 조직 수장을 만나러 초록으로 우거진 와인 농장으로 차를 타고 이동하고, 바로크 양식이 고풍스러운 건물에서 또 다른 적과 신경전을 벌인다. 이국적인 풍경으로 시청자를 단숨에 사로잡았던 약 15분 분량의 이탈리아 송중기 장면이 모두 합성으로 제작된 것이다. 송중기와 에밀리오 역을 연기한 외국인 배우의 촬영은 크로마키 설치가 된 국내 특수 세트에서 모두 진행됐다. 자칫 무기한 연기될 뻔했던 드라마 제작이 합성으로 심폐소생하게 된 배경이다.

2주 전, 종합편성채널에서 방송될 드라마 대본 리딩에 참여한 A배우는 "마스크는 기본이고 대본 리딩 현장에도 자리마다 투명막이 설치됐더라"며 "합성뿐 아니라 코로나19로 제작 환경이 여러모로 급변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양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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