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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복'은 왜 '티빙'으로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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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복’은 지난해 충무로 기대작 중 하나였다. 배우 공유와 박보검이 출연하고, 이용주 감독이 ‘건축학개론’(2012) 이후 내놓는 첫 작품이다. 인류 최초 복제인간과 그를 지켜내야 하는 정보국 요원의 이야기를 그렸다. 165억 원을 들인 대작인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개봉 시기를 잡지 못하다 결국 해를 넘기게 됐다. 극장 관객수가 70%가량 쪼그라든 상황에 딱히 변화가 없자 전례 없는 개봉 방식을 택했다. 다음 달 15일 극장과 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OTT) 티빙에서 동시 공개하기로 했다. 티빙 가입자는 추가 요금을 내지 않고 안방에서 ‘서복’을 볼 수 있게 됐다.
‘서복’의 선택은 꽤 상징적이다. 영화의 주요 유통 통로가 극장에서 OTT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어서다. 투자배급사인 CJ ENM 영화사업본부는 ‘사냥의 시간’과 ‘승리호’ 등 국내 화제작들이 넷플릭스로 직행할 때도 영화를 극장에서 먼저 소개하는 기존 방식을 고수했다. 그룹 계열사로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체인 CGV를 두고 있는 점, 국내 최대 투자배급사라는 자존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티빙은 CJ ENM의 자회사다. 원래 CJ ENM의 한 사업 부문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10월 별도 법인으로 독립했다. 넷플릭스로 대변되는 OTT시장이 급성장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나온 조치였다. 티빙은 JTBC, 네이버와 손잡고 세를 넓히려 하고 있다. CJ ENM과 JTBC의 콘텐츠 경쟁력, 네이버의 방대한 네트워크를 감안하면 티빙이 넷플릭스 대항마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CJ ENM 영화사업본부 입장에선 ‘서복’의 공개 방식이 자회사의 경쟁력을 도모하면서 계열사의 처지를 고려한 묘수인 셈이다.
국내 OTT 시장은 넷플릭스가 독주하고 있으나 곧 춘추전국시대를 맞을 듯하다. 세계 최대 엔터테인먼트 기업 월트디즈니컴퍼니의 OTT 디즈니플러스는 올해 한국 진출을 이미 선언했다. 국내 유명 제작사와 콘텐츠 독점 공급 계약을 맺었다는 소문이 들리기도 한다. IT 공룡 애플의 OTT인 애플TV플러스도 연말 진출이 유력하다. 애플TV플러스는 ‘밀정’(2016)의 김지운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기생충’의 배우 이선균이 출연하는 드라마 ‘닥터 브레인’(가제)을 국내에서 촬영 중이다.
합종연횡을 둘러싼 여러 풍문이 떠돌고 있기도 하다. 한 국내 OTT는 글로벌 OTT 아마존 프라임과의 제휴를 추진하고 있고, 또 다른 국내 OTT는 미국 HBO맥스와 손잡으려 하고 있다는 말들이 나온다. 국내 대형 유통업체가 OTT 인수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말이 돈다.
극장은 과연 부활할 수 있을까. 영상산업 관계자들이 요즘 수시로 주고받는 질문이다. 최근 발표된 수치만 보면 극장의 미래는 어둡다. CGV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3,925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CGV의 시장 점유율이 50%인 점을 감안하면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의 적자 합계가 4,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넷플릭스는 올해 한국 콘텐츠에만 5,500억 원을 쓸 예정이다. 티빙은 3년간 4,0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웨이브는 2023년까지 3,000억 원을 쏟을 방침이다. 한 영화사 대표는 이런 말을 했다. “요즘 OTT 회사를 종종 찾는데 영화인들과 자주 마주칩니다.” ‘서복’이 티빙으로 간 것은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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