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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서 코로나 백신 맞고 색전증... "인과성 없지만, 고령층엔 선제적 혈액검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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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고 혈전색전증으로 사망한 사례가 알려진 뒤 일부 국가들이 접종을 잇따라 중단했다. 국내에 이와 유사한 사례가 신고된 적은 없다. 하지만 65세 이상 고령층을 비롯해 접종 대상 확대를 앞둔 만큼 불안감이 높아질 우려가 있다.
코로나19 백신이 혈전색전증 사망과 관계 있다는 과학적 근거는 나오지 않았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지속하는 나라도 여럿 있다. 다만 국내 일부 전문가들은 이미 혈전(핏떡) 관련 질병을 갖고 있는 고령층은 백신 접종 전 혈액검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12일 외신 등에 따르면 덴마크,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태국이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일시 중단했다. 유럽에서 백신을 맞은 사람 중 혈전이 생긴 경우가 확인되고 그중 일부가 숨지는 사례까지 생기자, 원인을 밝히고 예방 대책을 강구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다.
앞서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 역시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혈전 생성 신고가 들어와 해당 제조번호 백신을 접종 중단키로 했다. 가령 오스트리아에선 비슷한 시기 동일한 지역에서 같은 제조번호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한 젊은 여성 2명이 기저질환이 없는데도 혈전색전증이 나타났고, 이 중 1명이 사망했다. 우리 정부는 해당 제조번호 백신이 국내에 수입된 적 없다고 밝혔다.
유럽의약품청(EMA)은 이 같은 사망 사례와 백신은 인과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임상시험 때도 이상반응으로 혈전색전증이 나오진 않았다. 영국과 프랑스, 스페인, 호주, 네덜란드, 캐나다, 멕시코 등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계속 사용하고 있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국외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국내에 유사 상황이 인지되면 신속히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혈전은 혈관 안에 흐르는 혈액 일부가 굳어 생긴 덩어리다. 수술이나 입원, 질병 등의 이유로 오래 누워 있거나 몸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을 때 혈액의 흐름이 정체되면서 응고하는 것이다. 이렇게 생긴 혈전이 혈관을 돌아다니다 어딘가를 막는 게 혈전색전증이다. 혈전 때문에 막힌 혈관 뒤쪽 조직에는 피가 통하지 않아 영양분이 제대로 공급되지 못한다.
코로나19 환자 다수에게서 혈전 생성이 증가한다는 사실은 학계에 이미 여러 차례 보고됐다. 코로나19에 걸린 뒤 염증반응이 일어나면서 혈액을 응고시키는 물질이 분비되는 것으로 학계는 추측한다. 하지만 코로나19 백신이 실제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에 따른 반응처럼 혈액응고물질을 분비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학계의 평가다. 이는 코로나19 백신과 혈전 생성 사이의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또한 접종자 수에 비해 혈전색전증이 나타난 사례는 극히 적다. 때문에 국내 많은 전문가는 아주 심각한 상황으로 판단할 정도는 아니라는 의견이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임상시험 과정에서 관련 증상이 확인된 바 없고 이론적으로도 나올 수 있는 증상이 아니다"라며 "통계적으로나 의학적으로 (사망과 예방접종의 인과관계를) 의심해볼 만한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유럽에서 500만 명이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을 맞았는데 30건의 색전증이 보고됐다"며 "일반적인 인구 500만 명을 조사해보면 색전증 비율이 이보다 더 높을 것"이라고도 예상했다. 임상적으로 색전증이 크게 드문 질환은 아니라는 얘기다.
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외국에서도 해당국 국민들 사이에 불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많다 보니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하기 위해 접종 일시 중단을 결정한 것 같다"며 "결국 평상시와 백신 접종 후 색전증 발생률을 비교해야 하는데, 이런 통계가 나오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정부가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선제 조치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백신에 대한 불안감과 불신은 접종률 하락으로 이어지고, 이는 결국 집단면역 형성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다음 주부터 65세 이상이 백신을 맞게 될 요양병원에 특히 선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천은미 이대 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요양병원 입원자 10명 중 3명 이상은 이미 혈전을 갖고 있다"며 "이들은 혈전 관련 질환 고위험군"이라고 우려했다. 적어도 이들 고령층에 대해선 색전증 발생 위험을 사전에 차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방법은 혈액검사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대 교수는 "고령층이나 기저질환자는 혈액검사를 통해 혈전이 생길 때 올라갈 수 있는 수치를 의무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해당 수치가 높으면 일단 접종을 미루고 원인을 찾아 치료한 뒤 백신을 맞는 게 안전하다는 얘기다. 검사는 까다롭지 않고 결과도 당일 나온다.
색전증은 물론 지금까지 신고된 중증 이상반응 사례에 대해 정부가 더 상세히 밝혀야 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접종 후 사망신고 대부분 원인이 공개되지 않고 있다"며 "역학조사나 부검, 전문가 소견 등을 명확히 공개해 인과관계가 없다는 것을 알려야 불안감이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12일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자 수는 총 54만6,277명으로 늘어 인구의 1%를 넘어섰다. 접종 후 이상반응 신고는 총 7,648건이며, 이 중 사망 15건, 아나필락시스 의심 61건, 중증 이상반응 의심 5건의 사례가 보고돼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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