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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는 거짓말 않는데"... 풀리지 않는 '구미 3세 여아 미스터리'

입력
2021.03.12 20:30
수정
2021.03.12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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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
"행방 묘연한 바뀐 아기 생사 확인해야"
배상훈 프로파일러 "친부는 단순 정자 공여자"

경북 구미 3세 여아 친모로 알려진 외할머니 A씨가 11일 오전 대구지법 김천지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후 법정에서 나오고 있다. 추종호 기자

경북 구미 3세 여아 친모로 알려진 외할머니 A씨가 11일 오전 대구지법 김천지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후 법정에서 나오고 있다. 추종호 기자

경북 구미의 한 빌라 빈집에서 6개월 동안 방치돼 숨진 3세 여아의 친모가 경찰 유전자(DNA) 검사 결과 당초 외할머니로 알려진 여성 A(49)씨로 확인됐다. 친모로 알려졌던 B(22)씨와 사망한 여아가 자매 사이였던 셈이지만 A씨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DNA 검사 결과를 극구 부인하는 등 여전히 의문점이 많다.

경찰은 숨진 여아의 친부가 외할아버지인 A씨 남편이 아니라는 것도 밝혀냈다. 이에 친부로 추정되는 A씨 주변 남성의 범행 관여 여부와 A씨가 출산 후 자신의 딸과 바꿔치기한 것으로 보이는 외손녀의 행방 등 수사 상황 하나하나에 국민적 관심이 쏠린다.

이번 사건에 대해 전문가들은 "DNA 검사는 매우 정확하다"며 "A씨가 부적절한 관계로 아이가 태어나자 딸과 자신의 아이를 바꿔치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하고 있다.


①DNA검사 오류 가능성은..."검사 잘못됐다면 국과수 다 옷 벗어야"

지난달 12일 경북 구미서 3세 딸을 방치해 사망케 한 혐의를 받은 B씨가 대구지법 김천지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구속 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나서고 있다. 뉴스1

지난달 12일 경북 구미서 3세 딸을 방치해 사망케 한 혐의를 받은 B씨가 대구지법 김천지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구속 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나서고 있다. 뉴스1

A씨가 숨진 여아가 자신의 딸이 아니라는 주장을 되풀이하는 데 대해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12일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과 인터뷰에서 "화성연쇄살인 사건 진범 이춘재도 DNA검사를 통해 찾아냈다"며 검사 결과는 매우 정확하다"고 반박했다.

승 위원은 "DNA검사는 법원에서도 믿고 있는 부분으로 일반적인 혈액 검사와 달리 매우 정확하다"고 전제한 뒤 "(경찰이) 국과수 본원까지 가서 4번 검사했고, DNA는 절대로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숨진 여아는) 외할머니의 아이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날 TBS라디오 '명랑시사 이승원입니다'에 출연한 프로파일러 배상훈 충북대 사회학과 교수도 "국과수의 DNA검사 결과가 잘못됐다면 국과수가 다 옷을 벗어야 할 정도로 DNA검사가 거짓말을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며 "국과수도 예측과 다른 황당한 결과가 나와 교차 검증을 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②행방 묘연한 '진짜 손녀'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A씨가 숨진 여아의 친모로 밝혀졌지만 딸 B씨가 출산한 아이의 행방은 묘연한 상태다. B씨가 모친의 사생활을 보호하려 자신이 출산한 것처럼 꾸민 게 아니냐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이에 승 위원은 "사건이 수사 진행 중이라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경찰 쪽 진술은 분명히 B씨가 병원에서 아이를 출산했고, 의사도 이 부분을 확인해 줬다고 한다"며 "팩트는 누군가 A씨의 아이와 B씨의 아이를 바꿨고, A씨의 친자가 사망했으며 B씨가 출산한 아이의 행방은 알 수 없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A씨의 부적절한 관계로 아이가 태어나게 됐고 상대에게도 알릴 수 없고 주위 사람에게도 알릴 수 없는 사정상 딸과 자신의 아이를 바꿔치기한 것이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추측을 한다"며 "A씨가 딸을 출산한 병원과, 출산을 도와 준 사람부터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라진) 아이의 생사를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지금 나타난 A씨와 딸 B씨, 딸의 전 남편과 A씨의 남편 등 가족 관계를 면밀히 들여다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일부 전문가는 여전히 딸인 B씨의 실제 출산 여부에 의문을 제기했다.

배 교수는 병원 기록이 없는 점을 들어 "실제 출산된 아이는 한 명밖에 없다고 보는 게 타당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배 교수는 "A씨와 B씨가 여러 가지 사정으로 상당히 복잡한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두 사람 사이에 서로 보호해 주고 거짓말 해 주는 충분한 감정선이 나온다고 본다"며 "20대 B씨가 엄마를 위해 (임신한 것으로) 연출해 줬다고 보고, 이 가족 관계의 중심선을 찾는 게 가장 핵심적"이라고 부연했다.

경찰은 A씨가 아이를 낳았다는 병원 기록도, 출생 신고도 없지만 A씨가 통상적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아이를 낳았기에 이 같은 기록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③친부는 뭐했나... "단순 정자 공여자 역할에 그쳤을 것"

경찰은 이번 사건의 열쇠를 쥔 A씨의 입을 여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아이의 친부를 찾기 위해 A씨 접촉자 중 의심스러운 점이 있는 남성들을 상대로 유전자 검사를 진행하며 A씨를 압박하고 있다.

전문가는 친부는 이번 사건을 몰랐을 것으로 진단했다.

배 교수는 "이번 사건의 경우 가족 관계의 중심이 어머니와 딸에게 있기 때문에 친부가 밝혀져도 정자 제공자 정도밖에 안 될 것"이라며 "주변에서 알았다면 말리거나 정보가 새어 나왔을 텐데 모녀의 행동은 이들만의 비밀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다만 친부를 찾아내는 게 사건 실마리를 푸는 역할은 할 수 있다. 승 위원은 "A씨와 딸 B씨의 출산 시기가 일정 부분 겹치기 때문에 왜 이런 상황이 발생했는지 친부를 찾는다면 사건의 실마리를 좀 더 적극적으로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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