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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취미는 정말 당신이 선택한 것이었나요

입력
2021.03.12 22:00
23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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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에 업사이클 소품 만들기 광고가 뜬다. 인스타그램에서 이 광고를 본 게 벌써 세 번째다. 곧 내가 가입한 취미 플랫폼에서 앱 알람을 보낸다. "당신이 꼭 마음에 들어 할 봄맞이 취미 추천!"이다. 습관을 기르기 위해 사용하고 있는 사이트에서 메일도 왔다. 자신이 제휴한 운동 브랜드와 함께 2주 동안 운동하는 프로그램에 도전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이다.

취미, 딴짓, 습관, 자기계발, 사이드프로젝트 없는 사람이 드물다. 어쩌다 그런 취미를 가지게 되었느냐 물으면 저마다 머뭇거리며 다른 대답을 찾는다. 당신은 어쩌다 그런 취미를 가지게 된 걸까? 정말 그 취미는 온전히 당신이 선택한 것일까?

우리의 온라인 활동(당신이 검색사이트에서 무엇을 찾는지, 어떤 게시글에 좋아요를 누르는지, 당신의 친구나 직장 동료는 온라인에서 어떤 걸 좋아하는지)이 데이터화되어, 다국적기업에 상업적인 목적으로 제공된다는 건 이제 잘 알려진 사실이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소셜딜레마'에서는 소셜 기업들이 수익을 내기 위해 이용자들을 최대한 자신의 플랫폼에 머무르게 만들고, 광고에 노출되도록 유인하여, 이 과정에서 얻은 데이터를 활용한다고 말한다. 어제 내가 검색한 허리통증은 다음 날 필라테스 광고로 내게 돌아오고, 당신이 구입한 필라테스 소품은 내 SNS에 알고리즘 광고로 떠오른다. 우리는 정보를 검색할 뿐 아니라 데이터를 위해 노동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세계에 사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주체성과 선택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내가 몇 달간 주말마다 트레킹을 나선 이유는, 내 선택이 아니라 알고리즘에 의해 설계된 누군가의 추천 때문이 아니었을까? 인스타그램의 '필사 노트' 광고는 내게 필사를 취미로 권하고, 페이스북의 '앱 만들기 수업' 광고는 당신을 개발의 세계로 인도한다.

우리가 여가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까에 대해 고민할 때, 이런 교묘한 추천 외에도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있다면 '이것이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 것이냐'라는 점이다. 나의 자랑스러운 취미 생활은 SNS에 전시할 만한 것이어야 한다. 찍어 올릴 만큼 멋진 풍경과 함께인지, 브랜드 운동복을 입은 내가 근사한지, 해시태그 운동에 참여한 내가 얼마나 정치적으로 보일지 고민한다. 이런 사람에게는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 콘텐츠가 아니라면 어떤 취미는 결정적 장점을 상실한다.

가상의 자아를 아름답게 꾸미기와 그런 나를 도와주는 알고리즘의 순환 속에서, 내가 내린 선택이 과연 주체적이었던가? 이런 고민은 단순히 취미의 영역에만 머무르진 않는다. 내가 왜 그 매트리스를 구입했는지, 어째서 그 운동화가 마음에 들었는지, 하필 거기에 기부금을 보냈는지 돌아본다. 내가 내린 가짜 선택이 나의 삶을 어떻게 바꾸게 될지까지 말이다.

지아 톨렌티노는 '트릭미러'에서 "오늘날의 이상적인 여성은 값비싼 유기농 주스, 부티크 운동 클래스, 피부 관리 습관, 그림 같은 여행이라는 휴가의 세계로 들어감으로써 그 안에 행복하게 남아 있기로 했다고 한다"고 비판한다. 나의 취미는 과연 내가 선택한 것이었을까? 그것이 내게 어떤 결과를 가져다 주었던가? 명확한 답을 내릴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주체적인 삶에 가장 가까워지는 순간은 그런 질문을 던지는 때가 아닐까?



박초롱 딴짓 출판사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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