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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의 있는 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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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하우스(클하)가 유행이다. 문자나 사진, 동영상 기반의 기존 소셜 미디어와 달리 기록이 남지 않는, 날것 그대로의 목소리로 소통한다는 점이 이 새로운 매체의 특징이다. 예의 있는 반말, 예쁜 반말, 착한 반말처럼 반말로 대화하는 방이 많다는 점도 흥미롭다. ‘클하’에서는 반말을 ‘수평어’라 부른다. 참여자의 나이나 직업, 사회적 지위는 중요하지 않다. 수평적 대화와 쌍방향 소통의 지향을 반말을 통해 드러낸다. 20여 년 전, 인터넷 통신 언어로 일상에서는 잘 쓰이지 않던 ‘님’이나 ‘하오체’가 부활했던 것과 비교하면 새삼 세상이 변했나 싶다.
반말은 말 그대로 반(半)만 있는 말이다. 종결어미로 문장을 온전히 끝맺지 않고 말끝을 흐리는 말투가 반말이다. 반말은 상대에 대한 존대 의향을 명확히 드러내지 않는 형식이므로 높이지도 낮추지도 않는 말이다. 흔히 반말을 낮추는 말로 인식한다. ‘높이지 않음’과 ‘낮춤’은 분명 다른 절차인데 우리의 언어 사용 환경에서는 ‘안 높임’이 바로 ‘낮춤’으로 해석되는 경향이 있다. 더불어 높임은 더 높임을 요구하는 상황도 종종 있다. “아메리카노 나오셨습니다”나 “사이즈가 없으세요” 같은 말들이 그런 상황에서 탄생했다.
말투와 말의 태도는 대화 참여자 간의 사회적 지위와 위계를 드러낸다. 과잉 존대가 넘치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는 아닐 것이다. 그만큼 사회적 관계에서 존대를 강요하는 암묵적 힘이 강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수직적 상하관계에서 수평적 관계로 사회 구조가 변하고 있다. 합리적 소통을 지향하는 수평어로서 ‘예쁜 반말체’가 정착할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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