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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수명 줄었는데 '백신 여권' 부랴부랴… 코로나가 더 괴로운 남유럽

입력
2021.03.11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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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수명 1년 단축된 세계 2위 장수국 이탈리아
죽은 관광업 살리려 감염 우려에도 적극적 호객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매년 열리는 '베네치아 카니발' 축제 기간 마지막 일요일인 지난달 14일 코로나19 예방 마스크를 쓴 축제 참가자들이 화려한 옷을 입고 가장 행렬을 벌이고 있다. 세계 10대 축제 중 하나인 베네치아 카니발은 매년 300만명가량이 몰리지만 올해는 감염병 사태로 관중 없이 치러졌다. 베네치아=EPA 연합뉴스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매년 열리는 '베네치아 카니발' 축제 기간 마지막 일요일인 지난달 14일 코로나19 예방 마스크를 쓴 축제 참가자들이 화려한 옷을 입고 가장 행렬을 벌이고 있다. 세계 10대 축제 중 하나인 베네치아 카니발은 매년 300만명가량이 몰리지만 올해는 감염병 사태로 관중 없이 치러졌다. 베네치아=EPA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이 상대적으로 더 괴로울 법한 지역은 지중해 남유럽이다. 예전만큼 긴 수명을 바라기 어려워진 데다, 설상가상으로 죽은 관광업을 되살리려면 감염 걱정을 감내해야 하는 처지로 전락했다.

이탈리아가 단적인 예다. 1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통계청(ISTAT)이 공개한 보고서를 보면 일본에 이어 세계 두 번째 장수국으로 꼽히던 이 나라의 지난해 기대 수명은 82.3세로, 전년보다 0.9세나 줄었다. 세계은행 기준으로 8년 전인 2012년(82.2세) 수준이다. 크게 뒷걸음질친 것이다. 기대 수명은 신생아가 기대할 수 있는 평균 수명을 말한다. 특히 사태 발발 초기부터 바이러스 타격권에 들어간 북부 지역의 감소 폭이 컸다. 진앙으로 지목된 롬바르디아주(州)의 경우 2019년 83.7세에서 지난해 81.2세로 2.5세나 떨어지기도 했다.

물론 이는 코로나19 여파다. ISTAT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이탈리아의 총 사망자 규모는 74만6,146명으로 2015~2019년 5년 평균보다 15%나 많았고 사태가 본격화한 지난해 3~12월로 범위를 좁힐 경우 초과 비율은 21%까지 올라간다.

그런데도 방역에만 집중하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이탈리아는 현재 유럽에서 ‘백신 여권’을 도입했거나 도입 의사를 밝힌 13개 나라 중 하나다. 백신 여권은 백신 접종 사실을 증명하면 자유로운 국가 간 이동을 허용해 주는 제도다. 백신 여권 도입 희망 국가는 남유럽에 많은데, 관광업 비중이 높아 관광객을 유치하지 않으면 경제를 회복시킬 길이 막막하기 때문이다. 봉쇄로 일관할 수는 없는 형편이다.

서두르는 기색도 역력하다. 봄철 관광객을 놓칠 수 없다는 조바심을 내려놓기 힘들다. 늦어도 5월부터는 여행이 재개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레예스 마로토 스페인 산업통상관광부 장관은 이날 자국 안테나3방송 인터뷰에서 “마드리드 국제관광박람회를 계기로 백신 여권 사용이 가능하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연하지만 백신 여권 도입에는 위험이 따를 수밖에 없다. 마이클 라이언 국제보건기구(WHO) 긴급대응팀장은 최근 브리핑에서 “현재 허가된 백신의 접종 면역력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 아직 모른다”고 말했다. 여행객이 바이러스를 퍼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윤리적으로도 논란거리다. 세계적으로 공평한 접종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백신 주사를 맞은 사람에게만 혜택이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올리브유와 견과류 등 지중해식 식단으로 유명한 대표적 장수국이지만, 이날까지 누적 코로나 사망자 수가 각각 10만811명과 7만1,727명으로 세계 6, 10위다.

권경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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