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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블러 시대, 농업의 경계가 흐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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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배가 고플 땐 배달 앱으로 음식을 배달시키고, 택시를 탈 때는 택시 앱을 사용한다. 그렇다면 음식 배달 앱은 외식업이고, 택시 앱은 운수업일까?
과거에는 업종 간 경계가 명확해서 금융업, 제조업 등 각 업종에서 전문적으로 그 일만 행해왔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구매자와 판매자, 서비스와 제품, 오프라인과 온라인 등 다양한 영역에서 경계가 사라지는 '경계융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른바 빅블러(Big Blur)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물론 이러한 현상은 과거에도 있었다. 하지만 과거에는 상호 보조적 관계에 그쳤다면, 지금은 완전히 다른 사업으로 변신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빅블러(Big Blur)는 '크다'의 Big과 '흐릿해지다'의 Blur가 결합된 용어로 '경계융화, 즉 산업·업종간 경계가 급속하게 사라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2013년 '당신이 알던 모든 경계가 사라진다(조용호 저)'에서 제시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 비즈니스 모델의 대충돌을 일으키는 현상이라는 맥락으로 설명되고 있다. 저자는 빅블러를 '시장의 모든 시스템을 재편하는 혁명으로 간주하고 경계를 허무는 자가 승리한다'라고 예견한다. 빅블러의 시대에 가장 큰 경쟁자는 업계 내부가 아니라 오히려 경계 밖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상황이 어떻게 변하든지 나는 내 일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지금의 상황 속에서는 예상치도 못한 경쟁자에 의해 견고하다 믿었던 자신의 자리를 빼앗길 수도 있다. 특히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4차산업혁명의 혁신적인 기술의 도입 이후, 빅블러 현상은 우리 주변에서 본격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은 미국 유기농 식품점 홀푸드를 인수했고 무인 점포 '아마존 고'를 운영하고 있으며, 차량 공유서비스 '우버'와 주택 공유서비스 '에어비앤비' 역시 빅블러 사례 중 하나다.
농업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여기 매출 1조원 대 반도체 회사 사장직을 내려놓고 미래의 식탁을 책임지겠다며 농업에 뛰어든 사람이 있다. 경부고속도로 위 버려진 옥천터널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실내농장(인도어팜)을 운영하는 '넥스트온' 최재빈 대표이다. 이 터널 안에서는 햇빛도 바람도 없이 고급 채소와 딸기, 바이오 소재용 작물이 자라고 있다. 바닥 면적이 6,700㎡(약 2020평)로 농업계의 애플로 불리는 미국 ‘에어로팜스’의 실내농장보다도 큰 규모이다. 최대표는 아날로그 산업으로 여겨졌던 농업에 IT 기술을 접목해서 디지털과 농업이 합쳐지는 농업을 만들고자 회사를 설립했다. 어떤 산업이든 기술의 발전과 미래의 시장 규모가 중요한데, 농업이야말로 먹거리 산업의 경계를 뛰어넘어 의약, 바이오 등 다양한 분야로의 발전 가능성과 시장 확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는 축산 분야에서도 일어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식물성 고기가 있다. 소, 돼지, 닭 등 가축으로부터 얻어지는 것이 육류의 전부였지만 이제는 밀, 콩 등 곡물을 이용해 고기의 맛과 향을 만들어내는 육류 대체식품까지 등장하고 있다.
빅블러(Big Blur) 시대, 농업에 대한 고유영역과 고정관념을 허무는 새로운 판이 만들어지고 있다. 우리가 이런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한국 농업의 미래가 달라질 것이다. 정부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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