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X로 휜 아이 다리, 그냥 둬도 괜찮나요?

입력
2021.03.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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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서울대병원 정형외과 성기혁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정형외과 성기혁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정형외과 성기혁 교수

# 수진(가명·여·10세)양의 어머니는 아이의 다리가 살짝 휘어 보여 걱정이었다. 양쪽 무릎이 아프다며 한동안 밤잠도 설치는 아이를 보니 걱정은 더욱 커졌다. 결국 아이와 함께 병원을 찾았다. 엑스레이 검사 결과 X자형으로 다리가 휜 외반슬을 진단받았고, 교정을 위해 반성장판 유합술을 받았다. 수술 후 1년이 지난 지금 수진 양의 다리 변형은 완전히 교정됐고 무릎 통증도 사라졌다.

성장 과정에서 생기는 정상적인 현상

어린아이의 휜 다리는 보통 오다리(O자형)나 안짱다리(X자형)로 구분되는데, 모든 경우에 다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정상적인 발달 과정에 따라 신생아는 약간의 O자형 다리(내반슬)를 갖고 태어나 만 2세쯤 곧게 펴졌다가 3~4세경에는 반대로 X자형 다리(외반슬)가 됩니다. 이후 만 6~7세경이 되면 다시 곧게 펴지는 성장 과정을 거쳐 약간의 외반슬 정렬 상태로 성인에 이르게 됩니다.

병적 변형일 경우에는 치료 필요해

소아에서의 이러한 내반슬이나 외반슬은 자연 교정되는 경우가 많지만, 병적인 변형일 경우에는 그 원인에 따른 치료가 필요합니다.

영양 결핍성 ‘구루병’일 경우 내반슬이나 외반슬이 나타날 수 있는데, 생후 6개월 이상인데도 모유만 수유하거나 아토피 등으로 극단적인 편식을 하게 되면 칼슘과 비타민D의 섭취가 부족해 발생하게 됩니다. 혈액검사와 엑스레이 검사를 통해 진단하게 되고, 치료는 칼슘과 비타민D를 보충해 주는 방향으로 진행하게 됩니다.

또 다른 내반슬의 대표적 원인인 ‘유아 경골(정강이) 내반증’은 근위경골의 성장판에 국소적인 발육 장애가 생기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초기 단계에서는 생리적 내반슬과 감별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보통은 아이의 내반슬 원인이 병적인지 생리적인지를 구분하는 것이 쉽지 않으므로, 아기가 10개월 이전에 걸음마를 빨리 시작했거나 비만일 경우, 또는 한쪽만 변형이 더 심해 보인다면 소아 정형외과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원인·치료시기에 따라 치료법 달라져

비정상적으로 휜 다리는 원인에 따라 적절한 치료방법을 선택해야 합니다.

치료가 필요한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시기는 다리가 어느 정도 펴지는 만 2세와 7세 때입니다. 이 때 발목을 붙이고도 무릎 사이의 거리가 5cm 이상 벌어졌다면 교정 치료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만 3세 이하에서는 보조기를 통한 교정을 시도해 볼 수 있지만, 효과에 대한 논란이 있는데다 1년 이상, 하루에 23시간 이상 착용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아이가 보조기를 착용하고 있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다리가 휜 정도와 아이가 느낄 정신적 스트레스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보조기 처방을 받아야 합니다.

5세 이후, 특히 사춘기나 성인에게는 교정을 위한 보조기, 물리치료, 도수치료 등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만약 10세 이상이 되었을 때에도 변형이 심하다면 수술적 치료를 통한 교정이 필요합니다.

수술 방법으로는 ‘교정 절골술’이나 ‘반성장판 유합술’이 있는데, 이 중 반성장판 유합술은 일시적으로 한쪽 성장판의 기능을 억제해 아이가 성장하면서 변형이 교정될 수 있도록 하는 수술법입니다.

성장판 닫히기 전에 치료해야

심한 변형에도 치료를 하지 않으면 외모적 문제뿐만 아니라, 비정상적인 체중 부하로 비교적 젊은 나이에 무릎 관절염이 발생할 위험이 있습니다. 특히 외반슬 변형이 심한 경우에는 슬개골의 불안정성 및 이로 인한 통증이 생길 수 있으므로 반드시 치료가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치료는 언제 시작해야 하는 걸까요?

반성장판 유합술로 내반슬(O다리)을 교정한 12세 남아의 수술 전후 엑스레이 영상

반성장판 유합술로 내반슬(O다리)을 교정한 12세 남아의 수술 전후 엑스레이 영상

최근에는 ‘8’자 모양의 금속판을 이용한 ‘반성장판 유합술’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이 방법은 교정이 완료돼 금속판을 제거하면 성장이 재개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어린 나이에 시행이 가능합니다.

수술시기를 비교적 편하게 잡을 수 있고, 효과적인 교정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또한 입원기간이 평균 하루 정도로 짧고 회복이 빨라 대부분의 경우 바로 활동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성장이 거의 끝나가거나 성장이 종료된 후에는 반성장판 유합술로는 교정을 얻을 수 없어 ‘교정 절골술’을 시행해야 합니다.

교정 절골술은 무릎 주위의 허벅지뼈 또는 정강이뼈를 절골한 후, 휘어진 뼈를 금속판으로 고정해 균형을 맞추는 원리로 이뤄지는 수술입니다.

수술이 커지고 회복기간도 많이 걸리게 되므로 전문가와 상의하여 적절한 시기를 결정해야 합니다.

남아는 14세 이후, 여아는 12세 이후 교정 속도가 저하되므로, 반성장판 유합술로 완전한 교정을 얻기 위해서는 남아는 12~14세, 여아는 10~12세 경에 치료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반성장판 유합술로 외반슬(X다리)을 교정한 11세 여아의 수술 전후 엑스레이 영상

반성장판 유합술로 외반슬(X다리)을 교정한 11세 여아의 수술 전후 엑스레이 영상

최근 인터넷이나 방송을 통해 각종 운동요법과 마사지요법, 도수치료, 교정보조기 등의 광고를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과학적 근거가 없는 과장광고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큰 교정 효과를 기대해보기는 어렵습니다.

대부분의 휜 다리는 자연 교정이 되는 만큼 경과를 관찰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하지만 병적인 변형인지에 대한 감별이 필요하므로, 반드시 소아정형외과 전문의를 찾아 변형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알맞은 시기에 적절한 치료방향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범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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