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이 "백신 맞은 사람에게 휴가 주자" 제안한 까닭은

입력
2021.03.1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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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작용 심각해 백신 불신" 청와대 청원도 등장
"정보 정확하게? 알리고 과도한 공포 막아야"

코로나19 백신 접종 첫날인 지난 2월 26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보건소에서 요양시설 종사자와 입소자들이 접종을 마친 후 부작용 경과를 지켜보기 위해 대기하는 모습. 부산=뉴스1

코로나19 백신 접종 첫날인 지난 2월 26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보건소에서 요양시설 종사자와 입소자들이 접종을 마친 후 부작용 경과를 지켜보기 위해 대기하는 모습. 부산=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이 개시된 이후 '백신 부작용의 강도가 생각보다 크다'고 호소하는 경험담이 온라인에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전문가들에 의하면 이는 백신의 면역 형성 능력이 우수하다는 증거지만, 접종해 실제 증상을 체감하는 입장에서는 우려가 될 수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 접종 이후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기저질환 없던 20대, 백신 접종 후 척수염 증세"


청와대 청원 홈페이지 캡처

청와대 청원 홈페이지 캡처


1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 이후 기저질환이 없던 20대 남성이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접종한 후 척수염 증상을 보였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을 쓴 청원인은 "근무하는 병원에서 코로나 백신 접종 후 당일 밤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10여차례의 구토와 발열로 인근 병원 응급실로 갔다가 중환자실로 가게 됐다"며 "고열과 구토, 정신 혼미 증세를 보였고,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걸을 수 없는 상태였다"고 했다.

이어 "20대 중반의 기저질환이 없는 건강한 남성이 하필 코로나 백신 접종 이후에 기막힌 우연으로 척수염증이 생길 가능성이 얼마나 되느냐"며 "정말로 코로나 백신 접종 후 이상증세에 대해 인과관계를 인정해 줄 의향이 조금이라도 있느냐"고 주장했다.

이 청원과 관련해 질병관리청은 참고자료를 통해 "접종 초기에는 이상반응을 신고한 의료기관에서 백신 관련성을 높게 보지 않았다"며 "향후 피해조사반 회의에서 예방접종과의 인과성을 평가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피해보상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부작용 정보 자세히 알리고 일상생활 쉬도록 배려해야"



경찰이 3일 경기 고양시의 한 요양병원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사망 사례를 조사하는 모습. 방역당국에 의하면 백신 접종 후 사망과 백신 사이의 인과관계는 드러나지 않았다. 고양=연합뉴스

경찰이 3일 경기 고양시의 한 요양병원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사망 사례를 조사하는 모습. 방역당국에 의하면 백신 접종 후 사망과 백신 사이의 인과관계는 드러나지 않았다. 고양=연합뉴스

심각한 정도는 아니지만 백신 부작용을 체감하는 강도가 강하다는 글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자주 발견할 수 있다. 현장에 가까운 전문가들도 이런 호소를 접하고 있다. 이들은 부작용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조용수 전남대 응급의학과 교수는 10일 페이스북을 통해 "예방접종 부작용 환자들로 응급실이 마비되기 직전이다"라면서 "두려움 때문에 경증의 부작용이라도 응급실로 뛰어오고 있어 야간 응급실이 이런 환자로 가득 차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의료진 접종만으로도 이런 정도인데 일반인 접종이 시작되면 응급실에선 진료가 꼭 필요한 중증 환자를 보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며 "결국 응급실은 심각하고 치명적일수 있는 부작용(adverse reaction) 외의 부작용(side effect)은 진료를 보지 않을 수밖에 없는데, 이는 일반인들에게는 백신을 접종한 후 고열, 공포와 같은 증상이 있을때, 즉시 의사의 진료를 받을 수 없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도 같은 날 페이스북에 "발열, 근육통 등 몸살증상으로 접종 후 응급실을 방문하시는 분들이 많다는 소식이 들려온다"며 "국민들을 안심시켜드릴 수 있는 이야기는 무작정 백신이 안전하다는 말이 아니기 때문에 정보를 전달하고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했다.

두 교수는 향후 과제로 ①백신 접종 후 대부분의 사람들이 발열과 몸살 등 가벼운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는 점 ②부작용이 발생하더라도 무작정 응급실을 찾아가기보다 집에서 휴식을 하면서 해열진통제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의 증상이 무엇인지를 알려야 한다는 점 ③백신 접종 후 하루나 이틀 정도는 필수 휴가를 배려해야 한다는 점 등을 제시했다.


이미 백신 접종한 영국선 "심각한 부작용은 거의 없어"


영국 런던 시민들이 10일 웨스트민스터 사원 앞에서 백신 접종을 위해 줄을 서고 있다. 런던=EPA 연합뉴스

영국 런던 시민들이 10일 웨스트민스터 사원 앞에서 백신 접종을 위해 줄을 서고 있다. 런던=EPA 연합뉴스


조용수 교수는 아울러 발열 등 통상적인 수준의 부작용(side effect)과 인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정적인 부작용(adverse reaction)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했다.

둘 모두 우리말에선 '부작용'이라고 쓰는데, 이 때문에 발열과 몸살 등의 부작용도 "반드시 피해야하는 것, 공포스러운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과도한 공포는 금물이다. 언론과 인플루언서는 공포를 유발하는 발언을 지양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영국 의약품규제청(MHRA)의 보고에 따르면, 지난달 14일까지 영국에서 백신 접종 후 심각한 부작용(adverse reaction)이 발생한 비율은 AZ 백신이 대략 0.45%, 화이자 백신이 약 0.3%였다.

짧은 시간 내의 중증 알레르기 반응을 의미하는 '아나필락시스'는 화이자 백신에서 168회, AZ 백신에서 105회 발견됐다.

영국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런 수치가 과학적으로 어느 백신이 더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보고서는 "이런 증상의 대부분은 백신 접종 직후 일어났으며 중증·장기 질병과는 연관이 없었다"고 밝혔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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