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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에 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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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 판다, 바나나 중에서 서로 관련된 둘을 고르라면, 무엇과 무엇을 고를 것인가? 어떤 이는 동물이라는 공통점에서 원숭이와 판다를 고른다. 이것을 분류적 사고라 한다. 다른 선택으로, 원숭이가 바나나를 좋아한다는 생각에 그 둘을 고른다. 이것을 연관적 사고라 한다. 사고가 언어를 낳는다는 관점에서 보면, 한국인의 사고방식은 한국어에 나타날 것이다. 한국 사회에는 어떤 사고방식이 더 많을까?
한국말에는 특정 날씨나 상황에 특별한 음식이 결합된 표현이 흔하다. ‘비 오는 날엔 파전에 막걸리’, ‘이사 날엔 짜장면’, ‘3월 3일엔 삼겹살’ 등이 그것이다. 간혹 외국인들이 어떤 날씨나 상황에서 같은 음식을 찾는 한국인을 보며 까닭을 묻는데, 솔직히 한국인도 그 답을 잘 모른다. 날씨에 따라 기분이 달라지면서 특정 음식에 끌린다는 제법 그럴듯한 해석도 재미있다. 분명한 것은 ‘라면에는 김밥, 야구장에서는 치킨, 삶은 계란엔 사이다’ 등 누구나 하나쯤 말할 정도로 이런 표현이 흔한 것을 보면 한국말에 연관적 사고가 많다는 점이다. ‘치맥’의 탄생 기제도 여기에 있다.
생각해 보면 한국에는 ‘뭐일 때는 뭐’ 식으로 접근하는 광고 문구가 많다. ‘껌이라면 역시 어떤 껌, 상처엔 어떤 약’ 등이 떠오른다. 한국인의 사고방식을 잘 분석한 표현이었으리라. 맥락을 따르는 한국식 소통이 맞고 틀림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말과 사회의 특징이다. 다만 나의 막연한 신념이 불합리하게 강조될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 설령 그것을 인지하고 있더라도, 오늘이라도 비가 오면 나는 파전 냄새를 따라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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