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

입력
2021.03.10 04:30
25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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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9월, 유엔 기후행동정상회의 이후 ‘2050년 탄소중립’이 세계적 화두로 떠올랐다. 이후 EU와 미국, 일본에 이어 지난해 12월에는 우리나라도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이에 발맞춰 지난 3일 전남도도 2050년까지 탄소배출 '0(Zero)'을 만들겠다고 천명했다.

탄소중립은 탄소 발생량과 감축량을 같게 해 실질 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개념이다. 2017년 대한민국이 배출한 온실가스 7억900만톤 중 전남도는 9,200만톤으로 17개 시도 중 두 번째로 높다. 이는 전남이 대한민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음과 동시에 지구에 큰 부담을 주고 있는 것이다.

국내 석탄발전 비중은 전체 발전량 중 40.4%를 차지하지만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은 6%에도 미치지 못한다. 지난달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신안을 방문해 ‘48조 바람이 분다’ 행사도 가졌다. 서남해안에 신형 원자력 발전소 6기 설비량에 달하는 8.2GW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세워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10% 가까이 끌어올린다는 획기적인 계획이다.

하지만 이런 노력만으론 부족하다. 탄소 배출을 줄여 기후 재앙을 막으려면 먼저 ‘우리의 삶’이 달라져야 한다.

자동차와 항공 중심의 교통수단은 탄소 배출량의 25%를 차지하고 플라스틱 같은 석유화학 제품 사용과 지나친 육식 위주의 식습관은 탄소 배출의 주원인으로 나타났다. 트렌드 반영을 빠르게 제작·유통해 모두가 즐기는 패스트 패션도 10%에 육박한다. 일상의 모든 영역에서 탄소 배출이 익숙해져 있는 셈이다.

이제는 덜 먹고, 덜 쓰는, 부지런한 생활양식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때다. 그래도 희망은 보인다. 지구를 걱정하는 국민들이 2018년 ‘쓰레기 대란’과 지난해 ‘배달 플라스틱’ 사용에 위기감을 느끼면서 플라스틱을 줄이는 ‘제로 웨이스트’ 운동까지 이어지고 있다.

전남도는 이런 흐름에 도민이 함께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을 펼친다. 적정 실내온도를 유지하고 대중교통 이용을 독려하는 등 탄소 발자국을 지우는 ‘탄소 사냥꾼’ 캠페인을 전개한다. 탄소 배출을 줄인 만큼 연 최대 10만원의 현금과 지역상품권으로 인센티브를 돌려드리는 ‘탄소포인트제’도 운영해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고 있다.

얼마 전 유럽에서 의미 있는 ‘1유로 판결’이 나왔다. 프랑스 파리 행정법원이 정부가 파리기후협약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며 프랑스 4개 환경단체가 제기한 ‘1유로 환경소송’에서 환경단체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대로 가다간 지구가 인간에게 환경소송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의 대가는 1유로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이 더 중요하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우리의 연대와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이다.



김영록 전남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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