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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가 부러지는 통증, 국민의 통증

입력
2021.03.09 20:00
25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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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는 우리 몸을 지탱하고 모양을 유지하는 틀을 만든다. 우리 몸의 뼈를 흔히 고층빌딩의 철근 골조에 비유한다. 철근이 고층 건물을 지탱하는 힘을 제공하듯 뼈는 우리 몸의 체중과 운동에 따른 하중을 견뎌낸다. 철골 사이를 잇는 콘크리트 벽과 바닥, 지붕이 건물 안에 방을 만들어 많은 사람이 그 속에서 안전하게 활동할 수 있게 하듯, 뼈가 만드는 공간은 중요한 장기들을 보호한다. 뼈가 만나는 관절은 운동이 일어나는 곳이고, 골수는 혈구를 만드는 공장이다. 또 뼈는 칼슘과 같은 무기질을 저장하는 창고이기도 하다. 게다가 호르몬을 만드는 기능도 있으니 단순히 건물의 철골 골조로만 여기기에는 많은 일을 한다.

그런 뼈가 부러지기도 한다. 뼈가 부러지는 것을 골절이라 한다. 골절의 위치와 정도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골절은 몸에 심한 손상을 가져온다. 마치 건물 기둥이 무너지면 건물 전체가 무너지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뼈가 직접적으로 하는 지지나 운동뿐 아니라 뼈가 보호하거나 뼈 주위에 있는 장기들이 손상될 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뼈가 부러지면 많이 아프다.

그런데 뼈 자체에는 통증을 느끼는 신경이 없다. 이건 연골도 마찬가지다. 신경이 없는 이유는 아직 밝혀져 있지 않다. 통증을 느낄 수 있는 신경이 없는데 어떻게 아플 수 있을까? 그것은 뼈를 둘러싸고 있는 뼈막 속에 있는 신경이 통증을 느끼기 때문이다. 우리는 뼈가 아픈지 뼈를 감싸고 있는 막이 아픈지 구분할 정도로 예민하지 못하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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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조물주는 다른 조직과 비슷하게 뼈에 신경을 설치하여 통증을 느끼게 하지 않고, 주변에 있는 신경을 통해 통증을 느끼도록 했을까? 필자는 그 이유가 뼈보고 다른 생각을 하지 말고 일에만 집중하라는 의미였을 것으로 추측해 본다. 우리도 정말 중요한 일에 몰두할 필요가 있을 때는 핸드폰도 꺼놓고, 집을 떠나 조용한 곳에서 일하기도 하지 않는가? 그러니 뼈가 만일 일을 하면서 생기는 자극 때문에 작은 통증이라도 느끼게 되면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게 될까 봐 걱정했던 것은 아닌가 싶다.

통증은 우리 몸이 견딜 수 있는 한계를 넘어갔을 때, 또 무엇인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신호이다. 그래서 모든 감각이 심해지면 통증을 느끼게 된다. 통증은 그 원인과 부위에 따라 정도도 양상도 매우 다양하다. 이들 모두 몸에 무엇인가 이상이 있으니 그 원인을 찾아 해결해 달라는 몸의 아우성이다. 이런 몸의 외침이 있을 때는 문제의 원인을 해결해야 다시 건강한 상태로 되돌아갈 수 있다.

정부가 바뀌면 새로운 목표를 내세우고 변화를 위해 노력한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국민의 시대’라는 슬로건 아래 지난 정권의 잘못된 관행을 국민의 편에서 바로잡겠다고 하였다. 그런 노력의 과정에 ‘적폐청산’, ‘공유경제’, ‘검찰개혁’ 등 여러 가지가 주요 이슈로 등장하였다. 그런데 요즈음 많은 사람이 아프다는 소리를 낸다. 사회 지도층과 권력과 이익에 따라 저질러지는 오남용, 불공정, 부패, 성추문, 이해상충 등의 잘못들이 줄지어 일어나는데 그 예를 들기가 두려울 정도다.

무엇인가 잘못되어 가고 있을 때 국민은 그것을 느끼고 여러 목소리를 낸다. 그 목소리에는 불평, 불만도 있지만 격려나 우려, 제안도 있다. 이 소리는 모두 이 사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기를 원하는 표현일 것이다. 뼈에 통증을 느끼는 신경이 없어 뼈막에서 통증을 느끼는 것처럼, 권력을 가진 이들이 일에 매진하다가 스스로 길에서 어긋남을 알아차리지 못할 수 있기에 국민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것이리라. 그러니 국민의 소리를 잘 살펴서 코로나19 팬데믹을 비롯한 당면의 어려움도 극복하고 더 좋은 나라를 만들어 갔으면 하고 바라본다.

엄창섭 고려대 의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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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창섭고려대 의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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