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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선 ‘러브콜’ 안에선 ‘외면’…. 극과극 러시아 백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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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해외에서 주가가 급상승 중인 러시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V’가 정작 자국에선 찬밥 신세라고 한다. 스푸트니크V는 한 때 ‘물 백신’ 논란을 극복하고 46개국이 사용을 허가하며 연일 상종가를 치고 있다. 반면 러시아에서는 100명 중 고작 3명만 자국 백신을 택했다. 원인은 열악한 보건시스템과 과거 공산주의 시대부터 이어진 정부에 대한 러시아 국민의 뿌리 깊은 불신에서 찾을 수 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현지시간) 러시아 여론조사기관 ‘레바다센터’ 결과를 인용, 스푸트니크V 접종 의사를 밝힌 러시아 국민이 30%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유럽에서 백신 불신이 가장 크다는 프랑스(57%)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접종률은 더욱 처참하다. 지난해 8월 세계 최초로 스푸트니크V 백신을 개발ㆍ승인하고 같은 해 12월부터 접종을 시작했지만, 지금까지 한 번이라도 백신을 맞은 사람은 고작 전체 인구(1억4,600만명)의 3.5%뿐이다. 비슷한 기간 접종에 나선 영국의 접종률(32.1%)과 비교하면 10분의 1에 그친다.
러시아 국민들이 접종을 꺼리는 이유는 우선 백신 자체에 대한 의구심이 큰 탓이다. 응답자의 37%는 부작용을 우려해 접종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속성 상용화’ 절차를 밟은 백신의 효능을 믿지 못하는 것이다. 옛 소련 정권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 역시 백신 회의론을 부추겼다. 마가리타 자바드스카야 상트페테르부르크 유럽대학(EUSP) 정치학 연구원은 WSJ에 “정부를 의심해 입소문같은 ‘비공식 정보원’에 의존했던 과거 공산주의 유산이 낮은 백신 신뢰도에도 투영됐다”고 설명했다.
열악한 보건시스템도 러시아인들이 자국 백신을 기피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1991년 소비에트 연방 붕괴로 의료자금 지원이 끊기면서 숙련된 의료진들이 대거 해외로 떠났고, 이후 러시아의 의학 연구는 크게 퇴보했다. “1950년대 말 이후 아무도 (의료)시스템 인프라에 손대지 않았다(베로니카 스크보르초바 전 러시아 보건장관)”는 극단적 증언까지 나올 정도였다. 2019년 갤럽 조사를 보면 러시아 국민의 37%만 의료시스템에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평균(65%)의 절반 수준이다.
러시아 정부 입장에선 스푸트니크V를 향한 국제사회의 구애를 그나마 위안으로 삼아야 할 것 같다. 사용을 승인한 46개국에 더해 글로벌 백신 제조사들의 물량이 선진국으로 쏠리면서 백신 확보 전쟁에서 밀린 중남미, 동남아시아 등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수요는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8월 백신 승인 직후 “원숭이한테도 러시아 백신을 접종할 일은 없을 것” “과학이 아닌 도박” 등 끊임없이 혹평에 시달렸던 때를 떠올리면 격세지감마저 느껴진다. 지난달 최종 3상 임상시험에서 91.7%의 예방 효과를 입증하면서 ‘미운 오리 새끼’는 ‘백조’로 완전히 탈바꿈했다. 급기야 백신 수급 체계가 삐걱대는 유럽연합(EU)마저도 승인 심사에 착수하는 등 스푸트니크V의 고공 인기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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