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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현상'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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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22명의 검찰총장 중 윤석열 총장을 제외하고도 이미 13명이 임기를 채우지 않고 물러났다는 점에 비추어 본다면 검찰총장의 중도 사퇴 자체는 그리 새로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검찰총장이 사퇴와 동시에 정치에 뛰어드는 것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에 끼칠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언론에서 지적했기 때문에 새삼 거론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사실 지금까지 적지 않은 수의 행정부와 사법부의 인사들이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곧바로 정치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여왔고, 그중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논란을 야기한 예가 없지 않았다. 따라서 공직자가 현실 정치에 참여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정치권과 국회가 토론을 통해 기준을 정하고 제도적으로 정비할 일이며, 이제 자연인이 된 윤 총장 개인의 선택에 대해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일련의 사태를 바라보면서 드는 보다 근본적인 질문은 어째서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되는 검찰총장이 특정 정치세력의 주요 대선 후보로 호명되었는가이다. 역대 정권에서 대통령 및 여당과 갈등을 겪었던 검찰총장이 없었던 것이 아니었으며, 더구나 검찰개혁은 일반 유권자들의 피부에 와 닿는 민생 이슈와는 거리가 먼 쟁점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속한 조직의 권한과 위상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한 검찰의 수장이 어떻게 '반(反)문재인'의 상징이 되었는가?
일차적인 원인으로는 무엇보다도 눈에 띄는 잠재적 대선 후보를 보유하고 있지 못한 현재 야당의 상황을 들 수 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 야당 지지 성향 유권자들이 윤 총장에게 눈길을 돌리고 지지하게 된 이유는 한국 정치가 경험하고 있는 당파적 양극화에서 찾을 수 있다.
학계의 연구에 따르면 최근 많은 국가가 경험하고 있는 당파적 양극화는 두 가지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첫 번째로 유권자의 지지 정당과 정치적 선호 사이의 연계가 강화되고 있다. 과거에는 같은 정당의 지지자 사이에도 주요 쟁점에 대해 다양한 생각을 가진 유권자들이 섞여 있었다면, 최근에는 비슷한 입장을 가진 유권자들끼리 특정 정당의 지지층으로 결집하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정당 지지와 정치적 선호 사이의 강화된 일관성은 자기 진영에 대해서는 강한 일체감을 그리고 상대 진영에 대해 강한 정서적 반감을 불러일으킨다. 우리 편이 아니면 적이라는 이분법적 논리가 관철되면서 상대를 토론과 타협의 파트너가 아닌 무너뜨려야 할 대상으로 보게 되었다.
윤 총장을 지지하는 야당 성향 유권자들은 대부분 그가 한국 사회의 주요 사회경제적 쟁점에 대해 어떠한 생각과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 들어본 적이 없을 것이다. 필자가 과문한 탓인지 윤 총장이 지키기 위해서 사퇴한다고 밝힌 '우리나라의 정의와 상식,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구체적으로 어떠한 모습인지도 아직까지는 알 길이 없다. 그저 현 정권이 강조하는 검찰개혁에 대해 반대 의견을 가지고 있으니 다른 쟁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의 생각과 입장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치부해버리는, 상대편을 이길 수 있는 후보라면 당연히 우리 편이라고 생각하고 구체적인 콘텐츠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 혹시 그러한 태도가 윤 총장에 대한 지지와 기대 뒤에서 아른거리는 것은 아닌지 하는 노파심을 뿌리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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