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그(녀)가 사이코패스라는 말의 불편함

입력
2021.03.09 19:00
수정
2021.03.23 22:10
25면

편집자주

범죄는 왜 발생하는가. 그는 왜 범죄자가 되었을까. 범죄를 막으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리 곁에 존재하는 범죄의 세상 속으로 들어가 본다.

'정인이'의 입양부모 5차 공판이 열린 3일 서울남부지방법원 앞에서 한 시민이 정인이 초상화를 꺼내들고 있다. 뉴시스

'정인이'의 입양부모 5차 공판이 열린 3일 서울남부지방법원 앞에서 한 시민이 정인이 초상화를 꺼내들고 있다. 뉴시스


정인이 사건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유사 아동학대 사건이 계속 보도되기에 진행 중이고,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이 확정되지 않았기에 진행 중이다. 며칠 전 가해자에 대한 통합 심리 분석 결과보고서가 법원에 제출되면서 다시 사람들의 관심이 가해자에게 쏠렸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가해자가 심리생리검사에서 거짓말을 하는 양태가 발견되었고, 사이코패스 진단검사에서는 사이코패스 판단 경계선과 가까운 점수를 받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심리분석 결과는 요즘 많은 범죄 사건 수사에 활용된다. 그러나 범죄자가 사이코패스라는 보도는 범죄학자들에게 참으로 불편하다. 이러한 내용을 접하면, 가해자는 거짓말을 일삼고 심리적으로도 정상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며, 동시에 나와 내 주변인들은 정상이기에 그럴 리 없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또한 가해자의 이상성이 부각되기에 범죄자 비난이 용이해진다. 더욱이 문제인 것은 거짓말 성향과 사이코패스적 성향은 현재 검사를 시행하는 시점의 그 사람의 성향이지, 과거 가해 행위 당시의 성향이었다고 단정지을 수 없기에 가해행위의 근본적 원인이 될 수 없다는 점이다.

아동학대가 발생하는 원인은 다양하다. 범죄학에서 가장 빈도 있게 아동학대 가해 원인을 설명하는 이론은 사회학습이론과 자아통제이론이다. 사회학습이론은 누구에게서 어떻게 폭력에 대한 생각을 학습했는가가 중요하다고 본다. 쉽게 말하면 말 안 듣는 아이는 때려서 교육해야 한다거나, 아이를 때리는 것은 훈육이라고 보는 시각이 강한 개인 혹은 사회일수록 학대 행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가정 내 자녀에 대한 폭력을 용인하는 사회 속에 살아가는 개인들은 정말 자신의 행동을 '잘못'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충남 천안 계모도 했고 정인이 양모도 했던 "가해자가 죽일 의도가 없었다"거나 "학대할 의도가 없었다"는 말은 거짓말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그저 행위는 했지만 본인은 그것을 절대 학대라고 생각지 않았던 것이다. 사실 통상 많은 학대 가해자들은 자신이 정상인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어떻게 아이에게 그럴 수 있느냐며 혀를 찰 수도 있다. 그러나 범죄학자는 이들의 낮은 자아통제력을 의심할 것이다. 자아통제력이라는 것은 어렸을 때 부모의 훈육에 의해 결정되고, 훗날 부정적 환경에 노출되었을 때 그 위력을 발휘한다. 정인이 가해자들이 어떠한 양육환경에서 훈육을 받으며 성장했는지를 살펴봐야 할 이유이다.

사이코패스라는 진단은 범죄의 원인을 심리학적 증상에서 찾는 심리학적 범죄학에서 파생된다. 이 관점은 개인의 부정적 성향으로 인해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본다. 그러나 이 관점은 위험하다. 모든 사이코패스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범죄자가 되는 것도 아니고, 사이코패스적 성향이 범죄 행위의 근본적인 원인도 아니다. 이런 심리학적 진단은 그 나쁜 사람만을 선별하여 치료하거나 제거함으로써 범죄를 해결하게끔 한다. 그러나 그 범죄자를 제거해도 범죄는 또다시 발생한다. 왜 그럴까? 근본 원인이 해결되지 않아서이다.

아동학대를 포함한 많은 범죄는 내 주변, 가정, 그리고 사회에서 파생된다. 그러나 이번 아동학대 가해자들을 두고 우리는 또다시 사이코패스라는 단어를 소환하였다. 그들이 얼마나 위험하거나 비정상적 사람인지를 비난하는 데 집중하면서 우리 가정의 문제, 우리 사회의 문제임을 직시하지 못하면, 다음 달에도 내년에도, 그리고 10년 뒤에도 또 다른 정인이를 애도하고 또 다른 양부모를 비난하고 있을 것이 눈앞에 그려져 참으로 안타깝다.

박미랑 한남대 경찰학과 교수
대체텍스트
박미랑한남대 경찰학과 교수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