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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탱고가 무대에 서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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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명현 클래식 평론가가 한국일보 객원기자로 활동합니다. 경기아트센터에서 근무 중인 그는 공연계 최전선에서 심층 클래식 뉴스를 전할 예정입니다. 오페라에서 가수가 대사를 노래하듯 풀어내는 '레치타티보'처럼, 율동감 넘치는 기사가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11일은 아스토르 피아졸라가 탄생한 지 정확히 100주년 되는 날이다. 우리에게 피아졸라라는 이름은 생소할지 몰라도, 탱고(Tango)는 익숙하다. 피아졸라는 1921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태어나 탱고라는 장르를 예술의 경지까지 끌어올린 주인공이다.
탱고 거장이지만 피아졸라는 원래 클래식 음악에 흥미가 더 많았다. 피아졸라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반도네온을 배우며 탱고를 연주했으나, 탱고를 '길 위의 하찮은 음악'이라고 생각했다. 탱고보다는 클래식 작곡가들인 스트라빈스키, 바르토크의 음악을 좋아하고, 배웠다. 이런 피아졸라가 본인만의 색채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준 사람이 있었다. 바로 프랑스 교육자 나디아 불랑제였다. 불랑제는 음악계에서 20세기 최고의 스승으로 알려져 있다. 그녀는 '음악을 공부하기 위해서는 법칙을 배워야 하지만, 음악을 창조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모두 잊어야 한다'는 원칙으로 필립 글래스, 아론 코플랜드 등 최고의 작곡가들을 길러냈다.
불랑제 앞에서 자신이 지금까지 작곡한 작품을 보여준 피아졸라는 충격에 빠졌다. 불랑제는 "작품 어느 곳에도 피아졸라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고 나서 피아졸라는 생계를 위해 연주하던 탱고를 꺼내 보였다. 그제서야 불랑제는 피아졸라가 거기에 있다고 외쳤다. "진정한 피아졸라는 탱고에 있으니 절대로 버리지 말라"며. '누에보 탱고(Nuevo Tango)'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탱고는 피아졸라에 의해 본격 예술의 경지에 이른다. 탱고가 '발'(춤)을 위한 음악이 아닌, '귀'를 위한 음악이 된 것이다.
하지만 피아졸라의 탱고에 대한 도전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그의 조국 아르헨티나는 피아졸라가 탱고의 전통을 무너뜨린다며 비난했다. 피아졸라는 쫓겨나다시피 아르헨티나를 떠나 뉴욕에서 생활을 했다. 뉴욕 체류 시절 피아졸라는 나이트클럽 반주를 전전하며 생계를 유지했다. 그러다 아버지의 부고를 듣게 됐는데, 고국으로 돌아갈 경비가 없었다. 그렇게 실의에 빠져 눈물을 흘리며 작곡한 작품이 ‘아디오스 노니노(Adios Nonino)’다. 노니노는 피아졸라의 아버지를 말한다. 아버지에게 보내는 마지막 인사였다. 국내에는 피겨 스케이터 김연아 선수가 2014년 소치 올림픽 무대에서 이 곡을 배경으로 프리 스케이팅을 펼쳐 유명해졌다.
탱고에 대한 끝없는 도전으로 탄생한 결실을 피아졸라의 생일인 11일 서울 신천동 롯데콘서트홀 '인 하우스 아티스트'에서 만날 수 있다. 피아졸라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와 윤소영 바이올리니스트가 무대에 오른다. 클래식 장르와 예술적으로 결합한 '신기한 푸가(Fuga y Misterio)' '실감나는 3분(Tres Minutos con la Realidad)' 등이 연주된다.
또 피아졸라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아디오스 노니노'는 피아졸라의 생일 다음날인 12일 안두현 지휘자와 KBS교향악단의 무대로 만날 수 있다. 반도네오니스트 고상지와 색소포니스트 브랜든 최가 작품을 함께한다. 이 밖에도 '리베르탱고' '탕가소: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대한 변주곡' 등 피아졸라의 음악세계를 접할 수 있다. 공연의 제목은 백 년의 사랑 '더 탱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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