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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입국과 무관한, 변이 바이러스 '미스터리'

입력
2021.03.08 19:1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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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이 바이러스 20건 추가...총 182건
해외 유입 미확인 지역사회 변이 감염 늘어?
"해외입국자 방역 과정에서 놓쳤을 가능성"

지난달 23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에서 해외입국자들이 방역 관계자들로부터 안내를 받고 있다. 영종도=뉴스1

지난달 23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에서 해외입국자들이 방역 관계자들로부터 안내를 받고 있다. 영종도=뉴스1


해외 유입과 관련성이 확인되지 않은 변이 바이러스가 다수 확인돼 방역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백신 접종과 더불어 백신 효능을 갉아먹는 변이 바이러스 차단에 주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해외 변이 차단이 여전히 완벽하지 못하다는 얘기여서다.

8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4일 이후 총 248건의 코로나19 확진 사례에 대한 바이러스 유전자 분석을 진행한 결과 20건이 변이 감염으로 확인됐다. 이들 20건 중 9건(영국 변이 6건, 남아공 3건)은 국내에서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례이고, 나머지 11건(영국 변이 10건, 브라질 1건)은 해외입국자 감염이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최근 영국 변이가 지역사회에서도 확인되고 있다”며 “해외 유입과 관련 없는 국내 자체 발생 사례에 대해서도 면밀하게 분석하고 감염 경로를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이 주목하고 있는 건 국내 변이 감염자 9명이다. 이들 모두 내국인으로 △경기 광주시 식품회사 △경기 김포시 일가족 △부산 북구 장례식장/울산 골프연습장 △인천 서구 무역회사 △경기 여주시 제조업체 등 5개 집단감염 사례에 속한다. 문제는 이들 5개 집단의 변이 감염자들 모두 해외 유입과 뚜렷한 연관성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경기 김포시 일가족의 경우는 미스터리에 가깝다. 가족 중 첫 확진자는 해외에서 들어왔는데 변이가 아니었다. 그런데 나머지 3명의 가족에게서는 변이가 확인됐다. 박영준 방대본 역학조사지원팀장은 이들 3명에 대해 “해외입국 가족이 아닌, 다른 경로로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직장이나 지인 모임을 통해 해외입국자나 다른 변이 감염자와 접촉한 적이 있었는지 조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유입과 뚜렷한 관련성이 없는데도 변이가 나왔다면 가능성은 두 가지다. 먼저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영국 변이와 유사한 변이가 나타났을 가능성이다. 전문가들은 상대적으로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 바이러스 변이는 무작위로 일어나는 현상이라 우리나라 변이가 하필 영국 변이와 우연히 우연히 일치할 가능성은 낮다. 더구나 해외에 비해 우리나라는 확진자가 훨씬 적기 때문에 변이 자체의 발생 확률도 그리 높지 않다.

남은 가능성은 결국 해외 입국자를 통한 변이 전파를 놓쳤을 경우다. 검역 과정에서 놓친 변이 바이러스가 무증상 감염자 등을 통해 ‘조용히’ 전파됐다는 추정이다. 조남혁 서울대 의대 미생물학교실 교수는 “감염 초기 무증상 혹은 경증일 때 바이러스가 많이 배출되는데, 이런 사람들까지 방역 과정에서 완벽하게 찾아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 역시 “해외입국자들이 자가격리 과정을 통해 지역사회에 전파할 위험성은 여전하다"고 인정했다.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한창이지만, 아직 변이까지 막을 수 있다고 확인된 백신은 없다. 현재로선 해외입국자에 대한 방역을 철저히 하는 게 최선이다. 정 본부장은 “변이 감시를 더 강화하면서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지난해 10월 이후 국내에서 확인된 변이 바이러스 감염은 총 182건(영국 변이 154건, 남아공 21건, 브라질 7건)이 됐다.

임소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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