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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기소 분리 공식화, 속도 조절 확인한 문 대통령

입력
2021.03.09 04:30
27면

8일 서울 서초동 대검에 게양된 검찰기가 태극기와 함께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뉴스1

8일 서울 서초동 대검에 게양된 검찰기가 태극기와 함께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8일 “견제와 균형, 인권 보호를 위한 기소권과 수사권 분리는 앞으로도 꾸준히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여당이 추진해온 검찰의 직접 수사권 폐지, 축소를 정부 방침으로 공식화한 의미가 있다. 문 대통령은 “수사권 개혁과 공수처 출범으로 권력기관 개혁의 큰 걸음을 내딛게 됐지만, 아직 완성된 것은 아니다”라며 추가적인 검찰개혁도 주문했다. 대통령의 단호한 입장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수사권 박탈에 반발하며 사퇴한 지 나흘 만에 나온 것이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중대범죄수사청 설치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문 대통령은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를 전제로 한 중수청 설치에 분명한 입장을 내지 않았다. 신중론에서 선회한 것은 윤 전 총장의 사퇴가 계기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대다수 검사들의 묵묵한 노력에도 검찰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가 나아지지 않고 있다”며 ‘윤석열식 검찰개혁’을 비판하기도 했다.

수사와 기소권의 분리 시점은 언급되지 않았지만 문 대통령이 “입법 과정에서 검찰 구성원들을 포함한 다양한 의견수렴"을 강조한 점에선 신중한 속도 조절을 요청했다고 볼 수 있다. 윤 전 총장이 반발할 이슈를 없애는 게 선거에 도움이 되고, 검찰 내부 동요도 진정시킬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검찰개혁 일환으로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 직접 수사권을 폐지하는 방향에 반대할 이유는 없다. 다만 검찰 압박을 위한 정무적 판단으로 그때그때 다르게 대응한다면 위험한 만큼 일관성 있는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

조남관 검찰총장 권한대행과 전국 6대 고검장은 이날 회의를 열어 “적극적으로 의견 개진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검찰로선 경찰과의 수사권조정으로 6대 범죄로 좁아진 수사권을 넘겨주게 되면 사실상 껍데기만 남게 된다고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대통령이 이를 공식화한 만큼 검찰은 내부 의견 수렴을 거쳐 입장을 개진하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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