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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윤석열'과 싸웠고 '협치' 외면했다...메시지 전수분석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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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위원회의 메시지는 이낙연 대표가 고심하고 또 고심해서 만든다. 회의 직전까지 직접 펜을 들고 원고를 고친다."(더불어민주당 메시지팀 관계자)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일주일에 3번 당 최고위원회의(최고위)를 주재한다. 글자가 빽빽하게 들어차 시커멓게 보일 정도인 발언 원고를 들고서다. 이 대표가 최고위에서 하는 모두발언은 외부에 공개하는 '가장 공식적인 민주당의 메시지’다.
지난해 8월 29일 취임한 이 대표는 최고위를 79번 주재했고, 매번 모두발언을 했다. 이 대표의 관심은 어디를 향해 있었을까. 그는 어떤 당 대표, 어떤 대선주자로 보이려 했을까. 한국일보는 7일 12만 5,757자에 달하는 이 대표의 최고위 모두발언을 분석해 봤다. 그는 9일 대표 퇴임을 앞두고 있다.
이 대표가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코로나'(229번)와 '경제'(160번)였다. 지난 7개월이 차기 대선주자로서 '국정운영 모의고사’ 기간이었으니, 자연스러운 일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회의마다 최소 1번 이상 언급했다. 국무총리 출신 답게, 일일 확진자 증감 추세를 꼼꼼하게 챙겼고, 국민들의 방역 정책 준수를 자주 당부했다. 지난해 12월엔 코로나19와 경제 위기 대처를 강조하며 '방민경'(방역·민생 안정·경제 회복)이라는 신조어를 만들기도 했다.
경제에 대해선 낙관하기보단 걱정하는 쪽이었다. "9월 고용 지표는 코로나 재확산에 따른 고용불안의 실상을 아프게 드러냈다(지난해 10월 19일)", "연말연시 전국 소상공인 카드매출은 전년보다 56% 줄었다(올해 1월 13일)" 등이다. 지표를 앞세워 경제 성과를 자찬한 청와대와 온도 차가 난다. 여권의 아킬레스건인 '부동산'은 3번 언급했다.
이 대표가 그다음으로 가장 많이 쓴 단어는 '검찰'(138번)이었다. 추미애· 윤석열 갈등, 검경 수사권 조정 같은 현안이 많기도 했지만, 이 대표 발언 맥락을 보면 검찰을 공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검찰의 싸움을 중재하기보다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직접 공격하는 쪽이었다.
“윤 총장은 검찰의 미래를 위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주기 바란다(지난해 11월 25일)",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는 검찰총장의 말은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누구의 통제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다르지 않다(지난해 10월 23일)", "윤 총장의 총장직 사퇴는 공직자로서 상식적이지 않은 뜬금없는 처신(올해 3월 5일)" 등이다.
신중하고 점잖은 이 대표의 평소 스타일이 '윤석열' 앞에선 달라진 것이다. 이 대표가 검찰개혁을 핵심 국정과제로 삼은 청와대와 보조를 맞추고, 열성 친문재인 지지층의 마음을 사는 데 신경을 썼다는 뜻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 9월 취임 후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우분투(ubuntu) 협치'를 야당에 제안했다. 우분투는 아프리카 반투족이 쓰는 단어로, '당신이 있어 내가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 대표의 '협치' 의지는 별로 타오르지 않았다.
이 대표가 '협치'를 언급한 건 지난해 9월 23일, 단 하루였다. 여야가 4차 추가경정예산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것을 자찬하며 "국민 고통 앞에 여야가 협치한 좋은 사례로 남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협치'를 3번 입에 올렸다.
이 대표는 대체로 야당과 '싸우는 모드'였다. 최고위에서 야당을 87번('국민의힘'까지 포함하면 94번) 불렀는데, 대부분 야당을 비판하는 맥락이었다. "야당이 시간 끌기에 나선다면 우리는 그것을 결코 좌시할 수 없다(지난해 11월 16일)"처럼 경고하는 발언이 많았다. "좌시할 수 없다"는 표현도 애용했다.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성별에 의해 차별받지 않는 실질적인 성평등 사회를 구현하고 성평등 민주주의를 완성한다"는 민주당 강령과 달리, 이 대표는 성평등에 관한 메시지를 내는 데 극히 소극적이었다. '성평등'을 언급한 건 3번. 최고위에서 '여성'을 총 20번 거론했지만, 성평등을 촉구하는 맥락은 3번에 불과했다. 공공기관 여성 임원 목표 비율 미달 문제(지난해 9월 18일),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지난해 11월 2일과 올해 1월 27일) 등을 언급할 때다.
'성소수자' '차별금지법' '혐오' 같은 단어를 단 한번도 입에 올리지 않은 것은 이 대표가 진보 의제를 철저히 외면했다는 뜻이다. '청년'은 38번, '불평등'은 34번, '포용'은 12번 언급한 데 그쳤다는 점도 이 대표의 시선이 어디에 기울어져 있었는가를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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