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양품 채소 팔고, 고급호텔은 한 달 살기…日기업 코로나 고육책

입력
2021.03.07 19:0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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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무인양품은 지난해 긴자 등 일부 매장에서 시험적으로 시작한 신선식품 판매를 올해 50개 점포로 확대하기로 했다. 고객의 방문 횟수를 늘리기 위해서다. 사진은 무인양품 긴자점의 신선식품 코너. 무인양품 일본 홈페이지 캡처

일본 무인양품은 지난해 긴자 등 일부 매장에서 시험적으로 시작한 신선식품 판매를 올해 50개 점포로 확대하기로 했다. 고객의 방문 횟수를 늘리기 위해서다. 사진은 무인양품 긴자점의 신선식품 코너. 무인양품 일본 홈페이지 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위기가 장기화된 일본 기업들이 아이디어를 짜내며 돌파구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의류와 인테리어 용품을 판매하는 '무인양품'은 채소 등 신선식품을 팔기로 했고, 외국인 입국 금지로 직격탄을 맞은 호텔업계는 ‘호텔 살기'(ホテル暮らし)라는 이색 상품을 내놓고 있다. 중저가 호텔뿐 아니라 일본 최고급 호텔로 꼽히는 제국호텔까지 이 트렌드에 가세했다.

7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최근 무인양품은 올해 8월부터 자국 내 신규 점포에서 신선식품과 냉동식품, 음료 등을 판매하기로 결정했다. 이미 소수 점포에서 카레나 파스타 소스 등을 팔고 있지만 이를 50개 점포로 크게 확대키로 했다. 2030년에는 식품 매출 비중을 전체의 30%까지 높일 계획이다. 다만 브랜드 이미지에 맞게 고품질, 친환경 상품을 수급해, 일반 슈퍼마켓에서 100~200엔 정도에 파는 제품을 300엔 정도에 판다고 한다.

그동안 단순ㆍ소박하면서 고급스러운 디자인의 인테리어 상품이나 의류를 판매해 온 무인양품이 식품 판매에 뛰어든 것은 코로나19로 줄어든 고객의 방문 빈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지금까지 고객의 방문 빈도가 한달에 1~2회 정도였지만 식품을 판매하면 매일 방문하는 고객이 늘고, 결국 의류나 잡화 판매도 증가할 것이란 계산이다. 코로나19 확대 이후 재택 근무나 외출 자제로 의류나 외식 기업의 실적은 악화하고 있지만 슈퍼마켓은 오히려 매출이 늘고 있는 경향이라고 일본 언론은 분석했다.


호텔업계는 장기 체류용 ‘호텔 살기’ 상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지난 2월 1일부터 제국호텔이 판매한 한달 살기용 ‘서비스 아파트먼트’ 상품은 판매 당일 매진되는 인기를 누렸다.

제국호텔은 도쿄의 명실상부한 최고급 호텔이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이용자가 급감한 상황이 장기화하자 결국 일부 객실을 ‘아파트형’으로 개조해 월 임대료를 받는 형식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타깃은 월 수십만엔의 임대료를 낼 수 있는 부유층이나 기업 임원 등이다. 2명이 함께 숙박할 수 있으며 월 임대료는 36만엔~72만엔에 이른다. 신주쿠구 소재 게이오프라자호텔, 치요다구의 호텔뉴오타니도쿄 등 4성급 호텔도 비슷한 상품을 내놓았다.

고급호텔마저 ‘호텔 살기’ 상품 판매에 나선 것은 정부의 코로나19 긴급사태 선언으로 호텔 이용객이 뚝 끊긴 것이 원인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정부의 ‘고투트래블(GoTo Travel)’ 캠페인 덕분에 내국인 수요가 있었으나, 연초 급격한 코로나19 확산으로 긴급사태 선언이 나오고 외국인의 신규 입국은 완전히 막혀 버렸다. 호텔 입장에서는 공실률을 낮추고 장기간 안정적 수입을 올리고, 이용객은 전기ㆍ수도ㆍ인터넷 등 공과금을 낼 필요없이 청소 서비스도 받어 편하다는 게 장점이다.

제국호텔은 지난 2월 1일 '한달 살기' 상품인 '서비스 아파트먼트' 상품을 판매해 당일 매진됐다. 사진은 이 상품을 홍보 화면. 제국호텔 홈페이지 캡처

제국호텔은 지난 2월 1일 '한달 살기' 상품인 '서비스 아파트먼트' 상품을 판매해 당일 매진됐다. 사진은 이 상품을 홍보 화면. 제국호텔 홈페이지 캡처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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